한국대학사회에 있어 모집단위 조정문제는 장기적으로 대학교육구조의 개편이라는 관점으로 각 대학에서 빠르게는 6년전부터 시작된 21세기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교육시장 개방과 지원자 감소라는 대학사회의 새로운 지형속에 각 대학에 요구되는 변화의 지점은 대학전공과 사회진출시 그 분야에서 필요한 교육이 간극을 없애 다중적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이고, 또한 질적인 연구의 중심은 대학원으로 돌려 사회적 필요인력의 생산과 대학의 연구기능 강화란 두가지 측면을 모두 해결하는데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타 대학들이 이미 98학년도 입시에서 기존의 학과모집에서 학부모집으로 전환했으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오는 99학년도 입학전형에서 모집단위 조정등으로 입시전형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미 92년에 전기·전자·제어계측학과를 전기공학부로 통합한 학부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꾸준하게 학부제를 실시해 올 98학년도 입시에서는 디자인학부, 법학부, 소비자아동학부로 단위를 조정했다. 연세대도 마찬가지로 인문학부, 상경계열, 자연과학부, 기계·전자공학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생활과학부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원주캠퍼스도 문리대학은 인문학부와 자연과학부로 경법대학은 경법학부, 보건과학대학은 보건과학부로 모집단위를 조정했다. 이밖에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등 많은 대학이 지난 96년부터 98년 입시에 이르는 동안 학부제로 모집단위를 대거 조정했다. 그러나 중앙대는 자연과학부, 기계공학부, 전자전기공학부, 경영학부, 약학부, 의학부, 상경학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등 시행범위가 타 대학교와 비교해 미비한 실정이다.

가장 획기적인 모집단위 조정을 감행한 연세대 교무처는 인기학과이건 비인기학과이건 3학년 진학시에 전공을 선택하되 전공별 정원관리 없이 모두 수용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면에서 발생되는 학생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2중전공제(다중전공제)극 운영하고 있으며, 시행된지 얼마 안되어서 학부제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겉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학부제를 시행하는데 현시점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교육의 퇴보라고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성적순에 따른 전공선택, 이른바 '정원관리'를 하면 학부제의 취지에 위반된다는 점과 복수전공제도가 미비해 전공선택의 문제점을 해소시킬 수 없는 측면을 감안하여 후속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이화여대 교무처는 인문학부를 기존의 2개에서 4개의 학부로 나뉘어 시행하는 등, 학부를 더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고 복수전공을 권장하는 것 역시 학부제의 단점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학부제를 시행해왔고 오는 99학년도부터는 '전공 셀프디자인제'를 도입하는 서강대도 대학별 모집단위 조정에 있어 타대학에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타대학들도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진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들 대학의 주요갈등의 지점은 학부제 시행과 관련해 특정학과 집중화 우려, 정원관리 등 학교측과 학생회측의 의견대립을 예로 들 수 있다.

연세대의 경우 인문학부 소속의 일부 교수들이 학부 탈퇴결의를 하는 등 학부제에 대한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도 연세대 학생회는 학부제의 시행으로 인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복수전공에 대한 이수학점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고 폐단을 줄이기 위한 '학부제소위원회'가 운영되지만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것, 휴학생과 복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접, 학과 유대성 결핍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통 속에서도 대학들이 추구하는 일관된 교육상은 교육시장 개방후 외국대학과의 경쟁 속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 확보와 독자적인 학문전략의 수립에 근간을 두고 있다. 대학교육의 변화물결을 제대로 모집단위 조정을 통해 미리 그려볼 수 있는 변화된 대학상은 먼저 '복수전공'을 통한 자기 전공의 설계이다. 자신의 미래 진출분야를 만약 유럽과의 국제무역업이라 가정할 때 학생은 경제·무역·영어 전공 등 3개 분야의 복수전공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전공을 조합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학과개념이 사라질 경우 대학강의의 질적 향상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자기전공을 스스로 선택해나가는 학생들에게 있어 수강선택에 있어 첫번째 고려사항은 물론 양질의 강의가 될 수밖에 없기에 좋은 내용과 알찬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고 새로운 연구를 통한 내용의 질적 발전이 없는 강의는 견디어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학부제와 복수학과 등 모집단위 조정의 가장 큰 매력은 학생들에게 전공선택에 있어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커리큘럼 조정으로 대학원중심으로의 대학의 전환과 복수전공, 전과, 편입 등 여러 제도의 완화로 점차적으로는 교육의 장의 정립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타대학의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부수적인 폐단이 따르는 등 시행착오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행정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폐단은 계속해서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교육개혁이라는 기회와 시기의 적절성, 대학측의 개혁의지가 수반된다면 앞의 진행될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교육경쟁력 확보와 교육수혜자인 학생중심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에 맞고 사회가 원하는 수요창출이 없는 대학은 교육경쟁력이 타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질 것이며 나아가 교육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이는 학교발전을 이루기는커녕 퇴보의 경과를 초래할 것임은 자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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