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캠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에서 대학 본부측의 '모집단위 조정' 논의를 전면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학교 본부측은 각 단과대로부터 사안이 마련되는 대로 모집단위 조정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실력 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캠 총학생회(회장:김한용, 외대 영어학과·4)에서는 모집단위 조정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지난 4일 본관을 점거하고 집기를 들어내는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섰다. 현재 본부측과 학생회측 사이에서는 모집단위 조정에 관한 논의 절차상의 문제가 가장 쟁점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생회측은 논의 절차에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본부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참고는 할 수 있되 의사결정과정에까지 참여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제민준 1캠 총학생회장은 지난 30일 '대학발전 및 학부제 관련 공청회'에서 "우리학교에 학생회도 참여하는 선진대학건설공동협의회(이하 선대공협)라는 기구가 있는데도 모집단위 조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이를 전혀 몰랐던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당국은 행정협의회 등을 거쳐 모집단위 조정안이 확정되고 난 후에야 선대공협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리려고 했다고 강변했다.

노영기 1캠 교무처장은 이에 덧붙여 "학부제 논의는 이미 3~4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며 게다가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시도를 학생들이 실력행사까지 하면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염정민 대학원 총학생회장(정치학 석사 3차)은 "한번도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행정절차는 없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학부제를 논의했다는 것도 결국 밀실행정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학생회는 줄기차게 행정상의 개입권을 요구하고 있고, 본부측은 교육의 수요·공급의 원칙을 부각시켜 행정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양측의 의견차이는 결국 서로간의 불신의 골만 깊게 할 것이란 지적이다.

학생회측은 또한 '모집단의 조정'으로 대변되는 학교본부측의 교육구조 개편안이 필요한 제반여건에 대한 개혁과 함께 충실히 검토되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회측은 '지금의 교육구조 개편안 전면 유보를 위한 전체 의혈인 공동성명서'를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은 정부의 지시로 어쩔 수없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개혁의 의지를 통해 실현해 나가야 할 일"이라며 "교수들과 교직원들에 대한 업적평가를 통해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재정의 상당량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데 비해 수입의 70%이상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고통분담의 몫이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자신들도 학교당국을 믿고 개혁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반면 본부측은 전면적인 교육개혁에 더할 나위없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논의기간이 촉박한 시점에서 선차적인 개혁이라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모집단위 조정이라는 부분개혁을 통해 변화개혁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차츰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노영기 1캠 교무처장도 "이로써 다음부터 이뤄질 계속적인 교육개혁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모집단위 조정이 졸속개혁으로 그칠 우려는 전혀 없으며,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의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위한 과도기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단서조항에 대해서도 학교본부측은 학부제 실시 여부가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교육부의 권고사항은 강제나 마찬가지"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외부적인 조건과 더불어, 학교 내부적으로도 이번 지침을 계기로 교육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대학 학부제에서 문제가 되던 전공별 정원관리제도 복수전공의 활성화와 공통교과과정의 개발 등의 보완책을 통해 학부내에서 정원을 나누지 않으면서도 무리없는 학사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캠 총학생회(회장:김한용, 외대 영어학과·4)에서는 지난 4일 2캠 본관을 점거하고 집기를 철거한데 이어 오늘(6일)도 본관점거시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용 2캠 총학생회장은 필요시 삭발투쟁까지 감행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2캠 산업경제학과 학생회는 오늘 상경, 1캠 본관까지 점거에 나설 것으로 정해졌다.

학생들의 이러한 강경적인 대응에 일부에서는 교육구조개편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를 자칫 방해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신후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3년)도 "학부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지나친 실력행사는 그다지 필요없는 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본부측 관계자도 학생화가 모집단위 조정에 대해 전면 유보를 주장하며 논의절차에 대해서 실력행사조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단지 학생들의 동원을 위해 학교본부의 개혁의지에 시비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번주 중으로 각단과대에서 본부측에 올린 모집단위 조정 시안이 취합되면 이번 교육구조 개편은 일단락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몇 개 학과에서 올린 시안이 본부의 개혁의지에 상관없이 기존의 학과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집단위 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학생회의 전면 대응도 예기치 못할 상황이어서 모집단위 조정에 대한 전망이 어려운 상태이다. 대학 본부는 이번 모집단위 조정에 있어 교수들, 학생회와의 개혁에 대한 보다 심도깊은 인식 공유로 교육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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