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오랜 숙원인 '통일'은 언제나 정치·경제 부문의 전유물이었다. 더구나 작년말부터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인해 통일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기존의 시각과 달리해 중대신문 문화부에서는 문화부문에 중점을 두어 통일담론을 조망해 본다. 특히 청년의 시각으로 기성세대 통일문화운동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통일문화운동의 추이를 분야별로 소개한다. 아울러 새정부 철범을 맞아 통일담론이 부재해 가고 있는 학내에 통일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 낼 계기로 삼는다.
<편집자 주>

"책으로 읽는 강화도와 직접 보고 느끼는 강화도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밟히는 게 유적지요, 전적지인 강화도에서 민족의 강인한 투쟁정신을 찍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 해야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진 찍는 사람에게 강화도는 참으로 사진 찍기 어려운 곳으로 쓰여 있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민족정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입니다. 나약한 감상적 평화가 아니라 핏빛 진흙 구덩이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평화, 수단으로서의 평화가 아닌 궁극적 목표로서의 평화, 이것이 바로 강화도가 통일을 앞둔 우리민족에게 던져주는 잔잔한 이야기였습니다. 통일은 민족 운명체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통일위한 민족운명체 복원 시급

혹자는 통일의 이유를 '분단 극복'의 당위성에서 찾곤한다. 극도로 이질화된 남북의 정치·경제·문화에 이젠 두려움마저 느껴진다고, 또는 원래 한민족이었으니까 우리에겐 다시 합쳐져야 할 민족적 의무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이유가 전부일 수는 없다. 앞에서 인용한 대로 여기 통일은 민족운명체의 복원을 위한 급선무라고 주장하는 젊은 문화일꾼이 있다.

'통일맞이 7천만 겨레모임'의 문예위원장이자 '신바람 사진연구소' 소장인 이시우씨. 카메라를 목에 건 채 통일문화운동 선봉에 서있는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연구소의 이름에 걸맞게 온몸에서 신바람의 생기가 넘쳐난다.

영화·음악·미술 등 여타의 분야와는 달리 사진분야에서 가시화된 남북교류가 드물다. 특히 북한의 경우와 같은 영상산업일지라도 김정일 개인 취향에 따라 영화산업은 최근들어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온데 반해 사진은 매체의 성격상 아직은 미진하다. 일단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을 뿐더러 당의 선전수단으로서 유일하게 그 위치가 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작가들이나 그들의 작품이 희소할 수밖에 없고 남한과의 교류도 그만큼 난항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진활동이 용이한 남한에서는 대부분이 개인을 중심으로 통일문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우리민족은 하나죠. 그러나 48년간 분단되어 있는 동안 얼마만큼 민족적 역량이 손실되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통일을 이룸으로써 단절된 한민족의 민족성을 발현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고민하고 그 고민을 기반으로 실천에 옮기는 단체가 바로 '통일맞이 7천만 겨레모임'과 '신바람 사진연구소'다.

여지껏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정치난 경제를 통한 접근이 대부분이어서 이에 대해 일반 대중들은 거리감을 느끼기 쉽상이다. 따라서 범민족대회나 통일대축전 등과 같이 축제의 형식을 빌어 문화적 접근을 꾀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들이지만 이런 행사도 갈수록 경직된 정치적 사고라든가 폭력적 행위들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초기의 순수성이 퇴색되어 간다고 안타까워 한다. 더구나 공안탄압으로 인해 관련 집회조차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서 보이지 않게 굳어져 가고 있는 남한제일주의는 더욱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령 '서울정도 6백년'과 같은 행사만 하더라도, 한강유역은 조선이외에 수많은 왕조가 주요근거지로 삼았으므로 한민족 역사 전체적으로는 '서울정도 2천년'이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따라서 '서울정도 6백년'은 북방의 여러 왕조를 무시한 채 조선의 정통성만을 고집하는 남한정부가 북에 남겨진 한민족의 역사적 유산을 어떤식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된다.

사진속 민족정서 담기 주력

이에 청년 문화일꾼들은 카메라를 짊어지고 잃어버린 역사현장을 찾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주로 철원등지의 '철조망'을 담았지만, 사진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단의 절망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 지역주민들을 통해 수천년 전의 미륵신앙이 아직도 그들에게 존재함을 알게된 후 시대와 지역을 관통하는 공통된 민족정서가 있음을 확신한다. 그로부터 남북분단을 바로보는 관점을 새로이 하고, 남북간에 팽배해 있는 이질감을 민족차원의 광대한 문화적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확고히 했다. 그리고 통일을 염원하는 젊은 문화일꾼들은 사진 속에 공통의 민족정서를 담기로 한 것이다. 이에 "5천년을 함께 한 민족인데 그깟 50년이 문제가 되겠냐"는 이시우씨의 명쾌한 기대는 설득력을 지닌다.

'통일기행'등 문화운동 추진

80년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온사회를 뒤덮을 무렵, 청년사진사들은 시위대를 쫓아다니며 소위 '사진운동'을 확장시킨다. 이 시기에 비로소 그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해 주체적으로 규정을 내리게 되었으며 표현의 자유가 확대됨에 따라 서양냄새가 물낀 풍기는 전위적·현대적 사진보다는 일반 시민의 생활속에 잠재되어 있는 민족의 원형을 찾아내려 힘썼다.

한편 문화계의 여러 분야 중 통일문화운동을 펼쳐왔던 기성세대 문화일꾼들이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분야가 사진분야이기에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 비판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 부담스러움이 따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통일을 일궈가야 하는 주체세력은 편견없고 진보적인 청년세대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 시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활발히 벌여 나갈 수 있는 기회 또한 이들에게 부여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부여된 새로운 기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갖게될까. 우선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4월에 공식화될 예정인 '평화문화교류지대'의 설립이다. '평화문화교류지대'는 인천-영종도-강화도를 잇는 삼각밸트를 거점으로 기존의 문화교류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있을 계획이다. '평화문화교류지대'는 대표적으로 '민족문화대동제(가칭)'라는 문화축제의 형식을 빌어 운영될 계획이며 군사적 긴장이 높은 이 지역에서 남북문화교류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이 제기도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획을 통해 북한과 남한은 각각 상이한 모험을 하게 됨은 물론이다. 북한의 경
우 이 지역은 남한에 계속적으로 제안해 오던 '연방제'를 실시할 수 있는 최초의 남한 모델이 되며(영종도는 홍콩과 마찬가지로 연방제가 실시될 예정), 남한의 경우 통일된 문화의 힘으로 동북아를 공략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런 장미빛 미래가 전부는 아니다. 과거와 같이 문화를 정치의 수단으로 여기는 관례가 없어지지 않는 한 기능적 도시로 변모할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역사의 숨결이 간직된 곳을 돌아보게 될 '통일기행'이 준비 중이다. 이 행사는 사진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함과 동시에 민족의 시원인 '단군'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부기획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즉 사진전 중에 '단군이 본 강화'를 통해 단군을 실재 인물로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문서로서 표현하기에는 미진함이 많았던 부분을 생동감 있는 사진을 이용해 현지 주민들로 하여금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여러 교육자료 및 다큐멘터리 제작, 전시회 실시 등도 추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문제에 관해서는 여타 정권에 비해 어느 정도 능동적인 현 정부의 출범을 맞아 기대하는 바도 크다. 통일운동단체들 사이의 적절한 협력과 정부에 대한 충분한 견제가 동시에 수반됨으로써 얻게되는 소득도 고무적인 것이다.

"통일문제에 있어서 만큼 문화는 정치와의 예속관계를 깨끗이 떨쳐내야 합니다. 오히려 정치·경제·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긴장이 극에 달해 터지기 직전인 현시점에서 그나마 서로를 용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문화'뿐입니다."확신에 차있는 이시우씨의 말처럼 '통일'이라는 화두가 너무나 뜬금없이 들리는 오늘을 살기에 '통일'을 말할 수 있는 여유는 카메라 렌즈의 귀퉁이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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