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우리는 학교발전이라는 당위적 명제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논의와 실천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볼 때 학교발전을 위해 수많은 고민과 실천은 무엇이었던가를 반문하게 할 정도로 중앙대의 문제는 심각하다. 가장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교가 엄격한 서열사회에서 그 서열이 하향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서열'의 의미와 사회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인가.

'학벌위주의 수직적 서열사회'에서 학생들은 그 최대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혜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경쟁'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그럴 듯하게 수용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대학간 경쟁을 유도한다면서 '대학순위 매기기'를 통해 교육투자는 뒷전인 경쟁만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서열에 따라 입사여부가 진정한 실력의 경쟁이전에 미리 결정되어지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이러한 사회적 폐해가 현실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을 위해 우선 우리의 모습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소위 같은 레벨이라 불리던 대학들이 많은 발전을 해온 사실을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위해 오고 있었다. 불행히도 우리의 앞에는'그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온 것인가.

무수히 많은 논의와 학생들의 행동 ,총장님의 활동, 직원들의 노력 등등.

오늘의 중앙대가 동양최대의 사학은 허구였으며 MC를 짓겠다던 약속을 수년째 미뤄온 재단 ,학생, 직원, 교수들의 공감과 뒷받침없는 '신르네상스운동', 교육여건의 고려없는 무리한 학과증설, 특성화 학과의 집중 육성 부족 등 그 결과로 추락하는 학교위상 이것이 현실이다.

위에 열거한 것 중에 가장 먼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학교의 발전이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 자신들에게 더 절실한 것이지 다른 학내의 주체들에겐 절대적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열사회에서 학교가 발전하고 그 사회적 인식이 상승한다는 것은 결국 학생들 자신에게 중요하게 느껴질 뿐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 연관이 없는 그저 피상적 소속감 정도를 느낀 대다수 학내 주체들에겐 그 의미가 작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유지하고 재단도 투자할 곳은 한다고 애서 인정하자. 그런데 왜 많은 경쟁학교들중 우리만 뒤쳐진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것은 서열이란 절대적이 아닌 상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수준의 위치를 지키고 있어도 경쟁자가 한단계 올라서면 자연 위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재단이 오늘의 중앙대를 과연 속 시원히 진단하고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을까. 경제사정 악화로 변화한 환경에 따른 구체적 건립계획의 재조명이나 상황 보고도 없이 학교의 발전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은 신르네상스 운동이다.

용어의 의미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고 우리학교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총장이 동분서주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총장 한분의 열정과 능력만 가지고 대학이라는 조직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발전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총장의 계획을 지원하는 여러 주체들의 이해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총장 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진정한 학교변화는 폭넓은 학내주체들의 참여, 여론 수렴을 통한 대화와 지지를 이끌어 낼 때 가능한 것이다.

다음은 재학생들이다.

논리적 비약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화장실내 낙서의 변화(대안없는 학교비판이나 자조적 언어들로 가득찬 자기비하의 글들 또 외설스런 그것들)를 보면서 지금의 후배들은 예전만큼 학교사랑의 의지가 없음을 느낀다. 학생들은 다시 한번 '학교발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다수의 지지없는 어떠한 사업이나 계획은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중앙문화 가을호에서도 지적했고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우리는 학교발전 이데올로기 안에서 매우 혼란스럽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학에서의 서열이 곧 자신의 서열이라고 굳은(하지만 현실에서는 확고한 믿음이자 현실)을 가진 학생들에게 학교발전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학력제일주의 자학교중심주의 때문에 대학간에 종합평가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그렇다면 중앙대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재단의 효율적 투자를 요구하는 바이다. 중앙대의 발전을 위해 학과 특성화와 관련 지명도가 있는 연극,영화학과를 집중 육성하여 학과의 위상강화를 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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