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이번 대선에서는 돈안드는 선거를 만들겠다고 한다. 국민여론도
한보사태나 대선 자금의혹등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V를 통한 선거가 대체로 그 핵심인 모양이다. 이 때문에 대선
주자 TV토론이 우리의 TV정치시대 개막을 예고 하는듯 홍수를 이루고 있다.
벌써부터 그 형식과 내용에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집권여당과 방송사
의 편짜기가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TV라는 매체의 속성을 본격
화될 TV전당대회, TV연설, 정치광고등의 TV정치개막에 앞서 살펴봐야 할 것
이다.

1940년대 이후 서구에서 텔레비전의 등장은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혁명적
변화를 초래했다. 전달속도, 범위가 동시광역적이어서 고대 민주주의를 연상
시킨다. 선거 비용의 절감에서도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TV는 여타 매스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이미지를 그릇되게 심어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가관념(假觀念) 현상이다. 시청자가 입후보자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입후보자도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없다.

가관념과 함께 이것은 미증유의 정치인 이미지 메이킹을 등장시킨다. TV는
심오한 논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형상적이고 감각적인 매체다. 텔레비전
에 맞는 인물은 텔레비전의 즉시적이고 감각적인 속성에 부합되는 인물이다.
논리적이고 정책적 능력보다는 인상이 좋아야 한다. 무슨 말보다는 인간미
가 인상을 좌우한다. 텔레비전은 탤런트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클린턴은 정치에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아칸스 주지사에 후보로
나서면서 TV쇼에 섹스폰 연주를 멋지게 했고, 투표자들의 마음을 끌어 결국
당선됐다. 지금도 위기에 처하면(며칠전에도) 섹스폰을 들고 나와 TV에서 연
주한다.
텔레비전은 정책보다 인상이 뚜렷한 성격보다는 후덕해 보이고 인간적인
면을 생명으로 한다. 사실 인성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정책이나 방침은 개인
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권 자체의 문제인데 말이다. 1960년 케네디와 닉슨
의 TV대결은 유명하다.

사고와 주관 정책적인 면에서 성실했던 닉슨은 감성적인 면에서 뛰어났던
케네디에게 뒤졌고 결국 낙선했다. 그 뒤 유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미디어는 킹메이커가 되어간다. TV에서 자기 이미지 대로 보여주겠다는 후
보가 있다면 그는 가망없다.

추진력과 정책능력이 뛰어나도 이미지 메이킹이 없으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미지 조작을 해야 한다. 정치적 조작이 새로운 실체를 구성하
게 된다. 정치 세계가 더욱 흥행적인 색채를 지니게 되고 정책보다는 인성이
중요시 된다. 우리 TV토론에서 보라! 모두 두리뭉실하게 대답하고 후덕함과
인간미를 보이기 위해 벌써부터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 뒤에서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각종 광고대행사와 전문가가 불꽃을 튀
기며 가관념을 만든다. 결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치 이
미지 메이킹들이 미디어를 활용한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TV토론, 정치광고,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우리도 정치적 능력이
나 내용보다 부각된 정치가의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고 정치의 내용을 타락시
키고 예식적 형식을 본론으로 바꿀 수 있다. 이성적 설득력보다 감정적 호소
력이 강한 TV가 정치가의 이미지라는 감정적 요소로 국민을 선택케 할 수 있
다. 목적을 수단으로 내용을 외모로 형식으로 대치하게 된다.

선거비용과 후보자의 자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TV정치 시
대에 무조건 부화뇌동 하기에는 TV가 결코 간단치 않은 물건이다. 미디어의
막강 부상과 여당과의 편짜기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TV매체 속성에서 나오
는 이미지 메이킹과 본질의 관계는 우리의 마음을 편케 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TV정치 시대 앞서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문제다.

<김헌식, 사회대 행정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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