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정년을 한 학기 남겨 놓은 현시점에서 과거를 회고해 보니 지금까지 34년간의 강단생활을 한 셈이다. 그동안 무엇을 가르쳤나, 어려운 철학을 잘못 이해하지나 않았나 염려되어 또 읽고 또 읽고 한 기억이 새롭다. 결국 가르치며 배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 어떤 제자는 내가 오래전에 가르쳐준 것을 다시 나에게 설명할 때도 있었다. 결국 그 제자는 나의 가르침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옳게 이해했구나 생각될 때 교육의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놓고 볼 때 교육자로서 매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성수대교가 어느날 갑자기 뚝 끊겨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하는 상상도 못할 일이 생겼을 때 한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5층이나 되는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아 수백명이 한 순간에 몰살하지 않았는가.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부끄러운 사건이자 전세계가 놀란 사건이다. 아니 돈이 얼마나 중하기에 남의 생명도 아랑곳 하지 않는단 말인가.

오늘 우리의 현실은 부정부패가 지나쳐 어느 한 곳 성한데가 없고 신의가 땅에 떨어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부실 공사한 한강다리를 다시 놓는데, 그것을 감리할 사람이 없어 외국에서 감리사를 모셔다 많은 돈을 주고 감리를 맡긴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나라에는 믿을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무나 부끄럽고, 무엇을 교육했나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오늘날 고통스러운 IMF시대에 왜 왔느냐하면 우리가 남의 나라에 신용을 잃고 신의를 져버렸기 때문이다. 신용을 잃으면 어떤 말도 믿지 않으며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 빌려주어도 두 배 이상의 비싼 이자를 요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신의가 얼마나 중요한가 누구나 깨달아야 한다.

또한 퇴출은행은 부실대출이 자본금 보다 훨씬 많아 회생불가능하다 하여 퇴출시킨 것이라한다. 그런 은행주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가슴 아프고 괴롭게 했겠는가.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으니 말이 되는가.
인간의 사회가 이래서는 안된다. 그래서 희랍시대 플라톤은 그의 이상국가론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결국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의로울 때 정의로운 국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몇 년전에 스위스를 들렀을 때 말로만 듣던 형무소를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일정관계로 못들른 것이 못내 아쉽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죄수가 한사람도 없어 항상 백기를 꼽아 놓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그런 신의로운 사회를 못만들라는 법이 있는가. 이런 사회를 건설하려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스승이 스스로 인격을 갖추고 덕을 쌓아야만 신의로운 인격자를 기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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