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유사성이 있다고 하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 '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가 새로 돋는다는 의미와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경계선이라는 의미이다. 둘 다 우리말의 '살(살?)'이나 '설'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이제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새해 인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각 민족의 특성을 반영해 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중국사람들이 새해에 상대방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인사말은 '발재(發財)'인데, '재물'을 많이 모으라는 뜻이다. 이는 중국사람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재물을 중히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신년에 중국 식당에 가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는데, 이것은 중국음에서 '거꾸로'라는 뜻의 '도(到)'와 음이 같아서, 이미 복이 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복이 왔다고 미음으로써 자신을 갖고 한 해를 출발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일본 사람들은 새해에 인사하는데,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새해들어 축하드립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의 간결하고 담백한 특성을 보여주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보다는 과거를 잘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했음을 축하하는 정도로 상대방에게 인사를 한다. 일본인들의 인간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는 동양에서 일본이 서양과 가장 근접해 있는데, 영어권에서 새해에 하는 '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 속에도 지금을 행복하게 지내라는 현실주의적이며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이 배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덕담(德談)이라고 하여 새해에 인사를 나누는데, 조선후기의 '동국세시기'나 '열양세시기'에도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전통임을 알 수 있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하는 것이 예의인데, 일반적으로는 윗사람은 '새해 복 많이 받게'라고 하고, 아랫사람은 '건강하십시오'라고 하며, 상하 구분이 없을 때에도 '올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그런데 이 '복(福)받기'를 기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인사말들과 비교해 본다면 그 범위가 광범위하며 추상적인 느낌이 든다. 현실의 조건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힘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잠재우고 당사자도 기대하지 않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복을 비는 습속은 뿌리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어찌보면 현실회피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현실의 고통속에서 절망은 하지만 복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복'은 비현실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복'의 범주가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복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복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음속에서 평화를 얻으면 그것이 복이요, 많은 것을 얻고도 고통스럽다면 박복(薄福)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유교와 불교, 도교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 사상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자신에게 있는 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복 받은 사람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