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분자 덩어리일 뿐이라고 말하면 화내는 사람이 많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고귀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할 지 모르지만, 뇌에 관한 신비가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이것은 점점 사실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언어도 단지 생물학적, 화학적 작용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믿을까?

인간과 동물과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고도로 체계화된 언어를 가지고 잇다는 것이다. 동물의 의사소통 도구도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인간의 언어에 비하면 단지 간단한 신호체계에 불과하다. 왜 동물의 언어는 진화하지 않을까? 그것은 뇌의 구조와 기능의 차이 때문이다.

약 3백만년전만 해도 인간의 조상과 동물은 별 차이가 없었는데, 당시 4백 50㎤정도였던 인간 뇌의 용적률이 오늘날에는 1천 4백㎤에 이른다. 3백만년 동안 두뇌 용적률이 3배 이상 커진 것은 모든 동물중 인간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최초의 동기는 직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완벽하게 직립함으로써 성문(목구멍)이 입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고, 그러자 발음이 자유로워지면서 언어 구사의 바탕이 성립된 것이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자 외부 세계에 대한 개념화가 가능해 졌으며, 이것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상승하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뇌의 활동을 촬영할 수 있는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법(PET) 이나 , 기능성 자기 공진 영상 장치(FMRI)로 관찰해 보면, 언어구사를 할 때, 뇌의 많은 흥분이 활성화되는데, 이것으로 보아 언어와 뇌의 발달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보아 언어와 뇌의 발달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한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단서로도 볼 수 있다.


정신 작용의 많은 부분이 기억이라고 하는 뇌활동과 관련이 있는데, 이 기억은 대부분 연상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연상하기가 쉽다는 점으로 볼 때, 언어는 고도로 체계적인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연상이 매우 용이하다. 청각, 시각을 통해 들어온 언어적 자극은 자신의 두뇌에 있는 지식 체계와 연상을 통해 연결되는데, 동일한 언어적 행위가 계속 반복되면 그것은 한 개인의 지식 체계의 일부가 된다. 뇌기능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일시적 사고나 행위 등도 모두 사라지지 않고 축적되는데, 다만 모든 사고가 기억이라고 하는 의식의 세계로 표출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정신 세계라고 보아도 무방하면, 그런 점에서 한 개인의 언어 습관은 그 사람의 총체적 자아를 형성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계속적으로 같은 언어 환경에 노출되면 그것이 기의 뇌에 들어와 자기 형성의 일부가 되며, 자기 자신이 하는 말도 역시 자기 강화 작용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 하는 말과 당신이 누군가를 향해 하는 말. 이 모드가 당신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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