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청 동문(쌍용정유, 국어국문학과95년 졸업)

알에서 부화한 연어는 며칠 뒤 물 얕은 하천을 떠납니다. 파드득 파드득 지느러미를 지치며 깊은 물, 넓은 강을 지나 바다로 나갑니다. 대양의 넘실대는 파도가 눈앞에 펼쳐지지만 못내 아쉬운 듯 며칠은 멀리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 년 뒤 다시 돌아올 자리를 봐두려는 듯.

졸업, 내게는 막 짜디짠 바닷물을 맛보는 연어와 같았습니다. 태어난 하천에서 잠시 머물다가 이제 바다에 나온 연어처럼,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안을 맴도는 그들처럼 자주 학교 앞을 거닐다 누군가 아는 이를 만나기를 기대하곤 했습니다.

졸업식 날에도 한 학기를 더 다녀야하는 친구에게 "고졸자가 대졸자와 같이 놀려고 한다"는 뼈 없는 농담을 건네곤 했습니다. 졸업식은 졸업장과 기념앨범 한 권, 사각모 쓴 모습의 사진 몇 장으로 새로운 환경으로 나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겼으니까요. 며칠 지나지 않아 '졸업생'신분을 실감한 것은 도서관이었습니다. 내 학생증으론 더 이상 도서 대출이 안 된다는 사실을 느낀 것입니다.

멀지 않은 윗 선배들 때는 먹자골목에서 '신용카드'로 통했다는 학생증이 내 시절에는 도서관 출입증과 도서 대출 기능밖에 못하더니, 그 기능마저 상실되니 '유물'이 되고 말더군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졸업식을 앞에 두고 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대로 사회에 진출하기에 갖추지 못한 게 많다는 자괴감도 있었고, 평생을 걸어갈 '나의 길' 또는 인생을 걸고 파헤치고 싶은 '한우물'을 미쳐 마련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취업한 뒤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곧 사표 낼 것이라는 말을 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의 충고 한마디에 그 방황의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기회가 다가왔을 때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먼저 갖춰라."

그 선배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뿐 준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후배를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기회는 언제고 닥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나만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창조적인 변화에 대한 진취적인 수용자세와 시대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과감한 자기변신 노력,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아이덴티티를 가져라. 그렇지 못한 자는 비굴해질 뿐이다."

대학졸업은 연어의 치어가 바다에 들어서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졸업자들이 제도에 규정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라는 바다에 첫발을 내딛게 되니 말입니다. 단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는 연어의 치어라도 어떤 물고기 못지않게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법입니다. 다만 쉼없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오늘 의혈교정을 나서는 후배님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중앙가족이 되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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