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합의된 노사정합의안이 노동계 내에서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합의안의 핵심내용인 정리해고방침이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단병호)는 총파업을 결의했으나 'IMF구제금융체제'라는 국민적 정서에 부딪쳐 총파업결의는 하루만에 번복되고 결국 합의안의 법제화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노사정합의안은 노동계와 재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노동계는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의 법제화를 내주고 전교조합법화, 노조의 정치활동, 실업자의 초기업 단위 노조가입을 보장받았다. 재계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와 상호지급보증 금지,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부문 설정 및 중소기업간의 협력강화,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의 합의사항을 받아들였다.
민노총, 지속적인 투쟁 주장

하지만 지난 15일 통과된 노동관련법은 또 한번 노동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정리해고, 파견근로제 시행은 그대로 이행된 반면 전교조 합법화는 하반기로 논의시점이 미뤄졌고 실업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허용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오는 9월에 있을 정기국회에서 전교조합법화통과를 위한 힘의 결집과 초기업 단위노조에 대한 법개정을 위해 노동자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16일 소집된 비대위에서는 19일과 대통령 이취임식인 25일 국민회의 당사 앞에서의 대규모 집회와 오는 3월부터 부당노동행위 고발센터와 중앙 법률구조본부를 설립키로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그 밖에 총파업무산으로 무력해진 투쟁의식을 꾸준한 집회와 서명운동을 통해 이어나갈 의지를 다했다.

민주노총의 윤영모 대외협력국 국제부장은 "노동자 투쟁은 노동자뿐이 아닌 전 사회차원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며 이번 총파업에선 이런 과정의 결여가 총파업 철회의 근본적 이유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은 자칫 노동자위기를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며 투쟁의 방향전환이유를 설명했다.

총파업 철회에 비판 높아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어떤 대응책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전체 힘의 결집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파업은 그런 힘을 이끌어내는데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포기한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계 각 단체들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지난 14일 종묘에서는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 저지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진전을 위한 연대(준), 한국노동 청년연대, 수도권학생 공동투쟁위원회 주최로 추진됐으며 민주노총의 파업철회에 대한 비판과 고용안정보장 등에 관한 기조연설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국노동청년연대의 최명숙 조직국장은 "국민언론을 이유로 한 총파업 포기는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결의사항에 따른 준비와 조직력, 투쟁의식의 미약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신승인 조직국장 역시 " 파업철회의 주원인은 시민들의 반응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총파업은 다시 결의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의 법제화로 대량 실업자의 발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줄 뚜렷한 방안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정부와 재계가 외쳤던 국민 대화합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때이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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