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가 이 학기의 마지막 신문이라니 벌써 한 학기가 다간 모양이다. 그러면 지난 한 학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나, 더구나 매년 되풀이하여 강의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서 별 성과도 없이 한 학기를 마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교단생활을 하고 나서 되돌아보니, 근 30년 동안은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것을 배웠고, 다시 30년간은 많은 학생들에게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감동되고 많은 것을 깨우쳤는지 알 수가 없다.

교육을 받기만 하던 젊은 시절을 회고할 때, 어떤 선생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재미없고 지루하여 한 시간이 왜 그렇게 긴지, 지금도 마음속에 생생하다. 그런가 하면 어떤 선생님 시간은 너무나 재미있게 알기 쉽게 가르쳐 주시기 때문에 한 시간이 벌써 지나갔나 할 정도로 아쉽게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면 내 강의는 지루한 편에 들까, 재미있는 편에 속할까 매우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배운 교육내용은 모두가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으며 시험만 치고 나면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그러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요, 산 지식은 영구히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 현실을 놓고 볼 때 죽은 지식교육을 위주로 하여 교육하여 왔기 때문에 사람다운 사람 하나 기르지 못하지 않았나 느껴진다. 한강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아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니까. 우리 나라에는 믿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서 다리나 건물을 공사할 때 감리사를 외국에서 구해와야 한다니 너무나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 나라에는 돈만 주면 양심이고 인격이고 나라고 모두 팔아버리니. 사람 같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교육 부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중학교 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원흥균 교장 선생님이 아침 조회때마다 말씀하신 훈화는 어린 시절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 우리 인류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공장은 세상을 바로잡는 목탁이라고 하였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을 깨우치는 등대가 되겠다는 말이 모두 인류를 깨우쳐 주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참다운 인간 교육의 목적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에 없이 입에만 가르치면 그것은 그때뿐이요, 자기 것이 되지 못한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깊이 감동하여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못하면 산 지식이 아니고 죽은 지식이며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결국 교육자 스스로 깊이 깨닫고 통달한 것을 성심성의껏 가르치면 누구나 가슴에 와닿게 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깨우친 지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자기 것이 되며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기상 <문과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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