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사퇴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의 이른바 ‘회칼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이다. 

  14일 황상무 전 수석은 오찬 자리에서 고 오홍근 기자 테러사건을 언급하며 기자들을 겁박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한민국 정부의 한 수석비서관이 군사 정권을 비판한 기자가 칼에 찔린 사건을 들먹인 것이다. 기자를 향해 ‘여당에 적대적인 보도를 하면 똑같은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식의 위협을 가했다. 이 발언은 힘겹게 일궈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상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폐단이다. 정부에 있어 언론은 칼로 베어낼 수 있는 종잇장에 불과했나. 그러나 기자의 사명감과 시민 의식의 무게는 종이 위 담긴 글자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올바르며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겠다는 기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모여 현재의 언론체계를 구축했다. 기자로서 황상무 전 수석은 1996년부터 14년간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서 근무한 바 있다. 누구보다도 언론인의 사명감을 지녔어야 할 그가 후배 기자들에게 시대착오적인 횡포를 부렸다. 이는 그의 14년은 물론 자유 언론의 의의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황상무 전 수석의 사퇴는 기자의 펜과 민심이 ‘회칼’보다 강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저열한 언론관이 계속된다면 언론인을 향해 다시 ‘회칼’이 겨눠지는 것은 머지않았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몰지각한 행태를 반성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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