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의 중대신문을 살피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드롬을 다룬 기사를 읽게 되었다. <환승연애>·<하트시그널>부터 <나는 솔로>까지. 출연자들의 롤러코스터 같은 격렬한 감정에 과몰입하며 재미를 느끼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타인의 감정을 예능으로 손쉽게 즐기고, 화면 속 모습만으로 너무나도 ‘진짜’ 같은 미움·안쓰러움·설레임 등의 감정을 느끼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드라마·영화는 시청자들이 콘텐츠가 가상이라는 전제를 인식하게 한다. 반면 리얼리티는 내가 보는 것이 무조건적인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울타리를 형성해 과몰입하게 만든다. 나는 문득 이러한 ‘대리’ 감정이 넘쳐나 ‘진짜’ 감정의 필요성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는 관계 사이 복잡하게 형성되는 감정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마음대로 어느 때나 간단히 복용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위한 과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기도,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 또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실 뭉텅이 같은 관계들을 형성하는 데 두려움을 느껴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 노력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한 감정을 고생하지 않고 매체를 통해서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리 감정의 끝은 항상 허전함이다.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고 결국은 상처를 줄지라도, 역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은 현실에서의 관계와 그 수많은 인연 속 힘들게 얻게 되는 반짝거리는 감정들이었다. 이젠 내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깊은 진심들은 수면 아래 숨겨둔 채 사람을 대하는 것은 그만두고 싶다. 나는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4월과 함께, 용기를 내어 다채롭고 아름다울 진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안의 커튼을 젖히고자 한다. 

서현빈 학생
영어영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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