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중순, 나는 부대에서 근무 오프를 하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자과대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어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를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도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비대면 학번이라 친구도 없는데 좋은 기회이다 싶어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혼자 모든 업무를 진행하기는 불가능하기에 나와 함께 새터를 진행할 친구를 섭외했다. 총학생회, 자과대 학생회의 일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었던 내가 새터준비위원장을 맡고 그 친구는 총새터주체(총새주)를 맡게 되었다.  

  다양한 견적서를 비교하고, 더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올해 1월 말까지는 군인 신분이었던 나 대신에 총새주를 맡았던 친구가 업체 연락, 견적서 비교 등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터 기획의 주체가 점점 총새주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업무 분배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총새주가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니 점점 새터준비위원장이라는 나의 위치가 모호해졌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새터 당일날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한 문제에 대해 나는 즉석에서 해결책을 주어야 했다. 많은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준비하지 못한 대가로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 내가 내렸던 판단과 해결책은 좋은 효과를 보지 못했고, 나의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 내려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총새주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정말 비겁했다. 스스로 결과에 책임질 자신이 없었기에 그런 행동을 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일정이 끝난 2일 차 밤, 나는 나의 미숙한 진행으로 인해 생긴 모든 일들에 대해 사과했다. 나의 판단이 새터기획단 인원들, 새터준비위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지만 스스로 리더의 자질이 없다고 인정하는 꼴이기에 나는 쉬이 받을 수 없었다.  

  많은 것이 부족했던 새터는 총새주 덕분에 잘 마무리되었다. 많은 자과대 구성원은 새터 진행 관련해서 우리를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칭찬은 모두 총새주에게 돌리고, 그 친구에게 많은 것을 배운 것으로 만족한다. 정말 고생한 총새주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를 표한다.  

  내가 리더가 된다면 부족한 통솔력과 흐린 판단력은 분명히 다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족한 나라도 믿고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는 지금 자과대 학생회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나는 아직 진정한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다만 이번 새터를 진행하며 배운 것을 최대한 체화하며 많은 문제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누군가에게 배울 것이다. 나는 좋은 리더를 정의하기 위한 여정을 앞두고 있다.

최장훤 학생
생명과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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