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원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떤 사람인가요?” 저의 대답은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요즘 세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요? ” 이어진 질문에는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저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대가 그저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인지는 더더욱요. 당신은 나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나요? 우리는 가능하신가요.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책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그런 세대’는 없습니다. 유행처럼 세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정·재계에서 MZ세대를 공략해 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다원화되고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특성으로 묶는 세대 담론은 어쩌면 시대착오적 분석일지도 모릅니다. 

  세대뿐일까요. 그런 개인도 없을 겁니다. 바르고 밝을 것만 같던 이미지의 연예인에게 어두운 내면이 있듯이 연예인이 아닌 우리도 한두 개의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인격체일 것입니다. 

  면접장에서 저의 답은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두 단어 안에 국한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람입니다. 대학교라는 넓은 사회를 경험해 보니 우리는 매우 다채로운 사회환경 속에서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세대 또한 단순히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아니겠지요. 

  “세 줄 요약 좀”이라는 밈처럼 무언가를 요약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 또는 요즈음의 경향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많은 이들이 MBTI로 첫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구분해 파악하는 행태의 역사는 과거 유행했던 별자리와 혈액형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오래된 일이기도 하죠. 무언가를 결정하고 판단하기 위해 사람이나 세대의 주요한 특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순화해 생각하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쟤는 원래 착한 사람이니까 괜찮아.” “쟤네들은 원래 예의란걸 모르는 세대야.” “MBTI를 보니 성격이 좋지 않을 것 같네.” 쉽고 빠른 파악을 위한 도구가 거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쉽게 사고하고 판단하려는 욕구가 우리의 잘못된 판단과 서로의 오해를 이끌기도 했던 것은 아닐까요. 

  때론 조금은 돌아가 보자고, 어렵게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오해를 줄이고 더 옳은 선택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우리를 요약하려는 이들에게, ‘그런 사람들’은 없습니다.

진수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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