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대비 인력 부족해” 
전문인력 배치 기준 마련해야 

예산·재정 지원 필요
교육부에 관리·감독 강화 권고도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육부에 대학인권센터 운영에 관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고사항은 ▲대학별 적정 인력기준 마련 ▲전담인력 배치 강화 ▲전문기관을 통한 지원체계 마련 ▲대학 공시정보에 인권센터 운영 현황 반영이다. 

인권위, 인권센터 현황 조사 실시 

  「고등교육법」 제19조의3에 따라 각 대학은 인권센터를 설치 및 운영해야 한다. 인권센터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상담·조사·시정 권고·의견 표명 ▲학내 구성원 인권 교육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인권위는 지난해 전국 392개 대학을 대상으로 인권센터 설치 및 운영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333개 대학 중 317개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인력 구성의 측면에서는 미흡함이 드러났다. 정은영 인권위 인권교육기획과 주무관은 “전체의 약 64.26%의 인권센터가 3명 이하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과 인권침해 조사를 분리해 각각 업무를 진행해야 하지만 직원이 1명일 경우 이를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학 규모별 직원 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은영 주무관은 “대규모 대학 재학생 수는 소규모 대학에 비해 2배 이상 많지만 인권센터의 직원 수는 큰 차이가 없다”며 “대규모 대학일수록 업무량 대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인력 부족은 업무 분담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모든 인권센터 직원이 인권업무만 전담하는 대학은 전체의 약 3.6%인 12개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는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인권센터의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만 명 규모 이상의 대학 내 인권센터 평균 직원 수는 4.9명이다. 이에 준하는 규모인 중앙대의 인권센터 직원 수는 서울캠 기준으로 5명이지만 인권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인원은 3명이다.  

  이에 관해 노정민 고려대 인권·성평등센터 차장은 “재학생 수가 3만 명인 대학에 인권업무 담당자가 3인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담당자 1인이 학생 1만 명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권업무 대상은 학생에 한정되지 않고 교원과 직원을 모두 포괄하기에 업무 과중은 더욱 크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담 인력의 부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인권업무에 있어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김남훈 조선대 인권성평등센터 직원은 “사건 처리에는 권리관계가 얽혀있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전담 인력이 아닌 일반행정 직원이 근무하게 되면 전문 지식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경태 전남대 인권센터 전문상담원은 “인력 부족으로 조사인력과 상담인력이 분리되지 못한 채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직원들이 행정업무까지 동반해야 하기에 업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인권센터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란주 부산대 인권센터 상담팀장은 “대부분의 사립대는 직원을 기간제로 채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업무를 익힐 때쯤 퇴사해야 하는 현행 인사행정은 철골 없는 건물”이라며 “인권센터 전담 인력에 대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영철 한국인권연구소장은 “인권센터에 투입되는 재원은 대부분 인력 확충이 아닌 사업 진행에 사용되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앙대 인권센터의 경우 모든 상담업무를 방문 상담으로 진행하고 있다. 황이랑 서울캠 인권센터 전문연구원은 “비밀 유지와 개인정보 동의 문제로 방문 상담만을 제공하고 있다”며 “유선 상담의 경우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담 방식에 관해 권영철 소장은 “방문 상담과 비대면 상담을 비롯해 상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최대한 다양한 것이 좋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나은 인권센터를 꿈꾸며 

  인권위는 대규모 대학의 열악한 직원 수를 개선하고자 대학 규모별 인권센터의 적정 인력 배치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정은영 주무관은 “인권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적정수의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육부에 인권센터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지정해 신속한 지원체계를 확립할 것을 제안했다. 정은영 주무관은 “교육부 산하의 대학 성폭력 전담기구는 있는 반면 인권센터 업무와 관련한 지원체계는 아직 부재하다”며 “인권센터의 운영체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은영 주무관은 “매년 공개되는 대학 공시정보에 인권센터 운영 현황을 신규 반영해 인권센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고사항 도입 이전에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영철 소장은 “「고등교육법」 제19조의3에 따라 인권센터의 업무로 규정돼 있는 일들을 온전히 해낼 수 없는 대학이 대부분”이라며 “재정과 인력 보충의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란주 팀장은 “인력 부족은 모든 대학의 문제”라며 “인력 확충 역시 결국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문제를 인식해도 해결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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