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 3년 연속 해외 특허 출원 부문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의 지표가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한국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는데요. 삼성전자·LG전자 등과 같은 한국 기업이 해외 특허 출원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것 역시 한 몫 했죠.  

  그러나 국내 기업과 달리 국내 대학의 특허 출원·등록의 성과는 그리 화려하지 못합니다. 2021년 한국은 해외 특허 건수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국내 전체 대학의 기술 이전 수입은 1000억 원대 초반에 그쳤습니다. 이는 미국 대학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죠.  

  게다가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 대한변리사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대학특허평가 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사 대상에 속하는 국내 대학 특허의 과반수가 실제 사업화가 어려운 5등급 이하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조사 대상이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첨단분야의 특허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10개 대학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만족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특허 명문 대학’도 이른바 ‘깡통특허’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할 말 많은 대학 

  기성 언론은 흔히 미국 대학과 비교하며 국내 대학의 질적 성장이 미비함을 지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판 전에 미국 대학 특허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미국은 1980년 이미 베이-돌 법(Bayh.Dole Act)이라고 알려진 「특허 및 상표법개정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대학 특허의 출원이 증가하기 시작했죠. 미국은 우리보다 20년 앞선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대학의 특허는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것에 비해 특허 출원·등록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3년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 설립된 이후 본격적인 특허 출원·등록이 시작됐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대학 특허의 꾸준한 성장세는 긍정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죠. 대학의 ‘변명’이 어느 정도 납득되는 대목입니다. 

  정부 + 대학 = 양 + 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이 양질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깡통특허’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대학만 짊어지기엔 무리가 있는데요. 대학에 대한 연구비를 결정·제공하는 ‘정부’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대학 연구·개발 정책을 기획하는지에 따라 대학 연구 결과물인 특허의 출원·등록·유지 전략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죠.  

  현재 정부의 대학 연구평가 방식은 대학이 형식상의 구색만 맞춘 특허를 양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허’ 그 자체를 요구하는 정부의 R&D전략과제 평가 방식이 국내 대학의 무분별한 특허 남발을 초래하는 것이죠. 대학은 국가로부터 연구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과제 요건인 특허를 연구성과로 포함시켜 제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령 그 특허가 현실적으로 기술 이전될 수 없는 ‘텅’ 빈 특허여도 말입니다.  

  더 이상 대학과 정부는 뒷짐 지고 ‘깡통특허’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대학이 충분한 지원하에 특허 출원을 이뤄낼 수 있도록 연구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합니다. 연구·개발 주체인 대학은 자체적으로 대학 특허의 질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죠. 교수진·대학원생 대상의 철저한 특허 교육, 유능한 변리사 영입 등 대학이 할 수 있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질적 성장을 위한 정부와 대학의 노력이 결합할 때 긍정적인 화학적 결합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건우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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