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의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 여론부는 풍물 동아리 ‘소래얼(서울캠 중앙동아리)’을 만나봤습니다. 우리 전통 농악의 매력을 널리 알리며 풍물과 혼연일체를 이뤄가는 소래얼의 동아리 현장에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글 장민창 기자 jmc17061@cauon.net  사진 변준혁 기자 
 

최재혁 학생(전자전기공학부 2)이 꽹과리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연습이 끝난 후 진행된 합주에서 소래얼 부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사물놀이를 진행했다.
최재혁 학생(전자전기공학부 2)이 꽹과리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연습이 끝난 후 진행된 합주에서 소래얼 부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사물놀이를 진행했다.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 어둠 속의 불빛이 우리네를 비춰주네” -별달거리 사설

6일 오후 7시 107관(학생회관) 510호. 기자는 ‘소래얼’의 동아리방에 도착했다.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풍물놀이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문을 열었을 때 소래얼 부원들은 각자 맡은 풍물 악기에 온 집중을 다해 연주를 진행하고 있었다. 2024년 첫 번째 합주를 시작한 소래얼. 흥과 끼가 넘치는 소래얼의 정기 연습 현장을 찾아가 직접 꽹과리 연주 방법을 배워보고 전통 음악의 매력을 느껴봤다. 

  꽹과리와의 사투 
  본격적인 취재 시작 전 잠시 휴식을 취한 기자는 동아리방 선반 위에 놓인 국악기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일상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여러 악기가 선반 위에 가지런히 나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저 악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농사를 지으며 흥을 띄웠을 생각을 하니 과연 풍물놀이는 당시 선조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그리고 풍물놀이는 어떤 음악적 매력을 선사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한창 상상을 하고 있을 무렵 소래얼에서 ‘상쇠’를 맡고 있는 최재혁 부원(전자전기공학부 2)이 기자에게 아래층에 위치한 연습실로 이동해 꽹과리를 함께 배워보자고 말을 건네 왔다. 그때 기자는 알아야 했다. 꽹과리가 보기엔 작아 보일지 몰라도, 한 손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악기라는 것을 말이다.  

  4층으로 내려가 연습실로 이동했다. 꽹과리를 어떻게 연주할지 고민하던 기자에게 최재혁 부원은 기자의 손에 꽹과리를 쥐여 줬다. 그리고 꽹과리뿐만 아니라 풍물놀이 전반에 관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풍물놀이에는 서서 하는 풍물놀이와 앉아서 하는 풍물놀이가 있어요. 또 남원 농악 판굿과 웃다리 지역 사물놀이가 있는데, 소래얼은 이 두 풍물놀이를 섞어서 하고 있습니다.” 

  풍물놀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재혁 부원은 꽹과리를 잡는 방법과 채를 사용해 꽹과리를 치는 방법을 설명했다. “먼저 엄지에 끈을 세 번 감아 꽹과리를 손에 고정합니다. 이후 손가락으로 꽹과리를 받쳐야 하는데 지역마다 사용하는 손가락이 달라요. 남원 농악은 중지로 꽹과리를 받칩니다. 웃다리 농악은 검지로 꽹과리를 받치죠. 또 꽹과리를 연주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엄지와 검지에 큰 힘을 주지 않고 채를 잡아야 합니다.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채를 움직여야 하죠.”  

  기자의 곁에서 함께 연습하던 송승윤 부원(실내환경디자인전공 1)은 꽹과리를 손에 고정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꽹과리 연주가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어서 괜찮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최재혁 부원이 꽹과리의 예쁜 소리를 내는 방법을 전수했다. “꽹과리는 구역마다 나는 소리가 달라요. 꽹과리의 면에 십자가를 그려 이를 사분면으로 나눠보세요. 그 중 제1사분면에 해당하는 면을 쳐야 소리가 예쁘게 납니다.”  

  꽹과리를 통해 느낀 쾌감 
  기자는 본격적으로 꽹과리와의 사투를 시작했다. 꽹과리에는 갠, 지갠, 그랑 등 다양한 타법이 있는데 꽹과리의 면을 어떻게 때리는지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천차만별이었다. 처음 꽹과리를 쳐본 기자는 손목이 경직돼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치면 칠수록 손목의 긴장이 풀어져 꽹과리에서 예쁜 소리가 났다.  

  이후 ‘굿내는 가락’을 배웠다. 굿내는 가락은 어떤 굿을 시작하기 전에 굿가락을 맞춰 보는 가락을 말한다. 기자는 휘모리장단과 된삼채, 넘는 가락으로 이뤄진 굿내는 가락을 연주했다. 각 장단별로 박자가 매우 다르고 또 복잡해 장단을 구분하며 꽹과리를 치기 매우 어려웠다.  

  최재혁 부원은 된삼채에서 휘모리장단으로 넘어갈 때 치는 넘는 가락을 설명했다. 그리고 넘는 가락을 마무리하기 위해 연주하는 가락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넘는 가락은 ‘지갠지갠 갱 개갱 갱 개갱’이라는 가락으로 이뤄져 있어요. 넘는 가락의 마무리 가락은 꽹과리를 치다가 ‘개갠 지갠 뚝!’하는 소리와 함께 놀이를 마무리하죠.” 이어 뚝 소리를 내고자 필요한 팁을 덧붙였다. “검지를 사용해 꽹과리를 잡고 꽹과리의 면을 쳐 보세요. 그럼 뚝 소리가 나게 될 겁니다.” 

  기자는 각 가락에 맞지 않은 박자로 꽹과리를 연주했다. 마무리 박자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헷갈리기도 했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부원들과 입으로 소리를 내보며 장단을 맞춰봤다. 채를 바닥에 튀기면서 장단을 외워보기도 했다. 결국 꽹과리 박자가 점점 맞아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배운 모든 장단을 실수 없이 잘 마무리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점점 꽹과리와 혼연일체를 이뤘다.  

  이때 기자는 큰 쾌감을 느꼈다. 꽹과리를 칠 때 온몸에 진동이 느껴져 스트레스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꽹과리에 집중한 그 순간만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꽹과리 소리에만 집중했다. 모든 연습을 마친 기자는 꽹과리를 손에 쥔 채 3층에 있는 또 다른 연습실로 이동했다. 연습실에는 북과 장구 연습을 마무리한 부원들이 완벽한 합주를 위해 예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풍물놀이 합주가 기자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궁금해졌다.  

  어울림으로 시작한 첫 합주 
  장구를 연습한 도현진 부원(간호학과 1)은 기자에게 장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장구는 다른 악기보다 사용해야 하는 채가 많아요. 또 양손을 사용해야 하죠. 악기를 바삐 연주해야 하는 모습을 보고 장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합주의 분위기는 연습 때와 몹시 달랐다. 연습 때 느꼈던 쾌감이 더욱 배가 됐기 때문이다. “어이!” 추임새와 함께 풍물놀이의 흥은 더욱 솟아났다. 이후 여러 번 합주를 반복했다. 조금만 더 빠르게 합주를 해보자는 부원의 요청에 풍물놀이 합주의 재미는 커져만 갔고 리듬은 더욱 빨라져 갔다. 그 과정에서 기자는 눈을 마주하지 않아도 소리만으로 부원들과 교감하며 가락의 리듬을 맞출 수 있었다.  

  합주가 마무리된 후 소래얼 부원들은 한자리에 둥글게 자리하며 합주 소감을 밝혔다. 부원들의 표정을 보니 뿌듯함과 아쉬움의 표정이 교차해 있는 듯해 보였다.  

  먼저 소래얼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예현 부원(도시계획·부동산학과 2)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습을 진행하며 느낀 소감을 밝혔다. “오늘 새내기 중 처음으로 장구를 쳐본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잘 따라와 준 것 같아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특히 마지막 합주 때 다들 연주를 잘하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 장구를 쳐본 황지섭 부원(교육학과 1)도 이에 화답하듯 소감을 말했다. “오늘 처음 장구를 쳐봤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장구 치는 법을 잘 알려주셔서 쉽게 장구를 터득한 것 같습니다.” 합주를 통해 오고 간 서로의 정이 소래얼의 합주실을 따뜻한 공기로 채워가고 있었다. 
 

모든 합주가 끝나고 소래얼은 한자리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합주를 통해 오고 간 정이 소래얼의 합주실을 따뜻하게만들었다.
모든 합주가 끝나고 소래얼은 한자리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합주를 통해 오고 간 정이 소래얼의 합주실을 따뜻하게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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