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최근 인기몰이 중인 가수 비비(김형서)의 신곡 <밤양갱>의 가사 중 일부다. <밤양갱>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사랑의 감정을 밤양갱이라는 음식에 투영한 가사로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가사를 곱씹어 보면 비단 사랑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처럼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바란다. 물질적인 풍족함, 행복한 미래, 누군가와의 사랑 등.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바람은 성취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그 성취를 위해 분주하게 노력한다. 그 과정은 때로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고단함 또한 우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마침내 바라던 성취를 맛보는 순간, 이제까지의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지며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성취의 경험은 실로 숭고하다. 다른 이가 품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성취를 폄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평균 올려치기’라는 말이 확산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SNS를 들여다보면 명문대를 졸업해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혹은 전문직에 취직하고, 서울이나 수도권에 자가를 보유한 사람이 수두룩한 것만 같다. 사회는 이러한 삶을 평균인 것처럼 규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실패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과연 이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평균은 심하게 왜곡됐다. 그보다 왜곡된 건 평균에 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조바심이다. 폄훼는 타인의 시선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성취를 타인의 성공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타인의 성공에 미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한없이 자책하기도 한다. 과연 그동안 내가 일궈온 성취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실패자가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존재가 아닌가. 그러니 타인의 잣대로 내 성취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건전한 비교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촉매가 되지만 과도한 비교는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타인과 자신을 지나치게 비교하며 조바심에 빠지지 말자. 오히려 자신이 이뤄낸 성취에 온전히 집중하며 그 뿌듯함을 누릴 필요가 있다. 그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의 발자취가 성취의 노고를 보증하니 말이다.  

  비비는 노래에서 말한다.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이라고. 각자의 ‘밤양갱’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치열함에 대한 응원으로, 또는 성취에 대한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다만 미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언젠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 뒤 다디단 밤양갱을 한 입 베어 무는 건 어떨까. 그대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임경빈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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