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설렘부터 이별의 쓰라림까지, 주체가 누구든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귀를 파고들고 가슴을 뛰게 합니다. 최근 방송가에도 로맨스의 핑크빛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데요. ‘남의 연애가 제일 재밌다’라는 말이 무섭게 시청자들은 타인의 로맨스에 푹 빠져 설렘을 경험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이번 주 문화부는 시청자를 사로잡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방송에서 펼쳐지는 2D 로맨스에 이토록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아가 사랑 이야기를 향한 열광이 위험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요.  김지우 기자 eraser@cauon.net

“너가 ‘자기야, 미안해’ 했잖아? 환승연애 이딴 거 안 나왔어.” 인터넷을 달군 <환승연애3>의 한 출연진이 전 연인에게 던진 한마디다. <환승연애>·<솔로지옥>·<하트시그널>·<나는 솔로> 등 다양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연애 예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인이 펼쳐내는 로맨스에 시청자가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 예능에 빠져든 시청자의 심리와 건강한 연애 예능 시청을 위한 방향성을 짚어봤다. 

  연애 예능이 전성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하는 연애 예능은 오랜 시간 우리 곁에 함께해왔다. 그 시작은 1994년 <사랑의 스튜디오>로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들이 맞선을 보는 진행 방식의 예능이었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2011년 <짝>은 현재 유행하는 연애 예능과 가장 유사한 구조로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특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을 함께 거주하며 자연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는 특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흥행을 이어가던 <짝>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맥이 끊긴 연애 예능의 부활을 알린 건 2017년 방영된 <하트시그널>이다. <하트시그널>의 경우 시청자의 예측 심리를 대변하는 ‘패널’을 도입해 액자식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그 전의 연애 예능과 차별점을 지녔다. 또한 방영 시기에 따라 다채로운 계절감을 담아내고 셀럽·스타트업 대표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직종이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자아냈다. <하트시그널> 이후에는 OTT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에 자리 잡으며 다양한 연애 예능이 앞다퉈 제작됐다. 그야말로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연애도 스펙인 시대, 그냥 대리만족 할래 

  점점 하락하는 출생률과 혼인율에도 불구하고 연애 예능의 인기는 되려 치솟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복실 연구교수(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는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재 세대의 결혼 기피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 전했다. “오늘날 20~30대는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계발에 열을 올리게 되고 연애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부담감으로 연애와 결혼을 기피하죠. 즉 청년 세대는 연애 예능을 통해 사랑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죠.”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 이야기가 아닌 연애 예능에 대중들이 유독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의 연애 예능 선호는 화려한 것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것을 추구하는 ‘노멀크러시’ 문화 현상과 맞닿아있다. 시청자는 자신과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백현하 학생(러시아어문학전공 2)은 각색된 드라마보다 현실성을 중시하는 연애 예능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잘 짜여진 각본 아래 연예인이 선보이는 연기보다 자유롭게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 예능이 심리적으로 더욱 가깝게 느껴져요. 연애 예능은 인간의 진솔한 면모를 드러내 그 내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죠.” 이민송 학생(국민대 사회학과)도 연애 예능은 현실성을 바탕으로 한 서사가 갖춰져 있어 애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준급의 외모를 갖춘 배우들은 시청 중인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죠. 하지만 연애 예능은 일반인이 출연한다는 점이 마치 현실의 연애를 보는 듯해요.” 

  마정미 교수(한남대 정치·언론학과)는 연애 예능이 인간관계의 내밀함까지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며칠 동안 한 장소에 고립돼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관계와 애정 전선이 얽혀 어쩔 수 없는 민낯이 드러나는데요.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서사를 기반으로 펼쳐지기에 시청자들은 연애 예능에 열광하는 것이죠.” 

사진출처 SBS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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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T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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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하게 타인의 연애를 시청하려면 

  연애 예능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주제로 한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인 만큼 연애 예능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형태를 자신의 연애에 투영하려는 시청자가 많아지고 있다. 타인의 로맨스를 시청하며 자신의 연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와 연애 예능 간 현명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낭연 교수(경성대 심리학과)는 ‘사회 비교’의 개념을 들어 연애 예능 시청에 있어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사회 비교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연애 예능 출연자들의 경우 평균에 비해 우월한 직업과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애 예능을 보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고 열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죠.” 

  현명하게 연애 예능을 시청하기 위해선 자신의 상황과 콘텐츠 속 타인의 로맨스를 별개의 것으로 객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연애 예능 속 출연진이 겪는 성장 과정의 진정성을 바라봐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애 예능은 시청자들이 연애 상대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시청자가 표면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출연진이 사랑을 대하는 자세, 마음을 전하기까지 고민하는 과정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길 권해요. 한 인간이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죠.” 

  연애 콘텐츠로서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연애 예능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여러 감정 변화를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반추하는 거울로서 연애 예능을 바라본다면, 성장한 우리네 연애는 한층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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