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서점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2024년 예산안이 집행되기 시작했다. 문체부의 예산 칼질에 출판·서점·도서관 모두 칼바람을 맞는 중이다. 

  출판 부문에선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은 매해 우수 콘텐츠를 선정해 출판사와 저자를 지원해왔으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문체부는 중소출판사를 지원하겠다며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지원’ 사업을 내놨으나 내용은 아직도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다. 서점업계도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지역서점에 대한 지원 예산은 지난해 대비 증액됐다고 설명했지만, 예산안은 출판 유통 고도화에만 집중됐다. 저자와 독자의 만남을 주선하며 독서 문화를 형성해 온 지역서점의 특성을 간과한 엉터리 수다. 

  독서 활동을 격려하는 최대 규모 사업인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사업은 예산 코드 자체를 도려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다. 60억 원가량을 통째로 칼질한 것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독서율은 약 40.8%로 2020년 기준 미국 성인의 독서율이 약 77%인 것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의 독서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크게 뒤처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시류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수많은 예산이 썰려 나갔고 사업이 폐지됐지만 문체부는 그 당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교육의 중심에 자리한 독서 문화의 싹을 자르는 행위는 예로부터 중우정치의 수단으로 쓰였다. 책과 독서는 민주주의는 물론 다양한 학문과 문화의 토대다. 책을 팔아넘겨 만든 여윳돈으로 아무리 좋은 씨를 뿌린다 한들, 메마른 토양에서 어떤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