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용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집 근처 쇼핑몰에 입점해 있던 옷 가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정말 재밌게 일할 수 있겠다는 부푼 마음가짐으로 첫 출근을 했죠. 제가 가게에서 처음 한 일은 옷을 개는 것이었습니다. 예쁘게 옷을 개는 방법을 배운 후 손님들이 착용해 본 옷을 개고 또 개고 또 개었는데요. 매장을 돌아다니며 옷을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점점 친해지기도 하고 가게 내부도 눈에 익어갔죠. 여느 아르바이트가 그렇듯 일을 점점 배워나가며 맡은 업무가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어느덧 저는 계산도 하고 옷 정리, 탈의실 관리, 택배를 나르는 일도 맡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옷 가게의 예쁜 옷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그저 “옷 사고 싶다. 저런 옷은 누가 입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 옷들은 결국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듭니다. 옷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택배가 굉장히 많이 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을 출근하면서 매일 많은 택배를 옮겼는데요. 하루에 적어도 2박스는 기본이고 정말 많이 오는 날이면 20박스가 넘는 옷이 매장으로 들어왔죠. 

  계절이 바뀌면서 새로 들어오는 옷들이 점점 많아지면 제가 일하던 매장에선 폴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폴리 작업은 옷을 개어 비닐봉지에 낱개 포장하는 일이었는데요. 시즌이 바뀌어도 팔리지 않았던 옷은 작업을 거쳐 창고로 보내졌습니다. 그 창고에서 옷들은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그래도 팔리지 않는다면 모두 버려질 것입니다. 결국엔 의류 폐기물이 되어  태워지고 말테죠.  

  패스트 패션이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패스트 패션은 빠르게 제작되고 유통된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패스트 패션을 내세우는 SPA 브랜드가 등장하며 환경 오염에 대한 논란이 늘어났죠. 기획·생산·유통·판매 모두 한 회사가 맡아서 하는 SPA 브랜드에서는 유행이 금방 지나고 나면 버려지는 옷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 인기는 높아져만 가 지난해 역시 많은 매출을 달성한 상황입니다.  

  저는 패스트 패션의 중심지에서 옷을 이렇게 소비해도 되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평소 옷 사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옷을 낭비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죠. 유독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은 패션의 세계에서 여러분은 어떤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유행 지난 옷이 태워지며 지구가 망가지는 동안에도 바쁘게 흘러가고 있는 패션의 세계. 여전히 많은 매장 뒤편에는 옷들이 쌓여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며 먼지가 쌓여가는 옷들은 결국엔 모두 버려지고 말 것입니다. 우린 그동안 어떤 소비를 하고 있었는지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최예나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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