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세트(Sete)에 다녀왔다. 우리나라라면 고급빌라나 5성급 호텔이 있을 법한 전망 좋은 언덕 위에 묘지가 있다. 이름은 ‘해변의 묘지’. 해변은 죽음보다는 휴가, 젊음, 열정에 어울리는 곳이다. 피카소는 여인들이 해변에서 춤을 추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마티스는 니스 해변 창밖 풍경을 즐겨 화폭에 담았다. 라울 뒤피가 그린 해변은 눈이 시리게 푸른색의 향연이다. 

  세트에서 태어난 시인 폴 발레리(1871 -1945)는 어린 시절 가파른 언덕에 자주 올랐다. 묘지에서 하늘과 바다를 마주하고 서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시 ‘해변의 묘지’는 그때의 감흥을 그대로 전해준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 (…) 부수어라, 물결들이여! 흥겨운 물살로 부수어라.”  

  삶의 환희를 토하는 발레리의 시를 떠올리며 우리의 자연과 도시를 생각했다. 묘지는 혐오시설이라며 도시 외곽으로 내몰리고 산을 깎고 농약을 마구 뿌리며 골프장은 양산되고 있는 우리의 땅. 중대신문 2055호의 ‘일상다반사’ 기사가 반가웠던 이유다. 이채원 기자는 수요를 위한다는 구실로 방만하게 건설되는 골프장의 실상을 잘 지적하고 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흥미로운 기사였다.  

  임경빈·신지윤 기자는 엄격하게 이행되어야 할 평가가 환경이 아니라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꼼꼼한 취재와 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여 중요한 쟁점들을 드러내면서 미래를 향한 전향적 인식 전환을 강조한 기사의 흐름이 돋보였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 자연과 생명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톱날보다 벼리게 나무만큼 우직하게!

정연복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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