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들어서면 중대신문에서는 매년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수습기자 모집인데요. 이번 학기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보니 작년 이맘때쯤 중대신문 면접시험을 봤던 때가 생각납니다. 면접에서 ‘중대신문이 종이신문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죠. 부끄럽지만 그때까지는 그다지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기자는 ‘종이신문이 가진 느림의 미학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다소 생뚱맞은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기자가 생각했던 느림의 미학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답을 미처 고민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었던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어느덧 수습기자와 정기자를 거쳐 부장이 됐고 취재지시를 받던 역할에서 기사를 기획해야 하는 역할이 됐죠. 덕분에 방학에도 일주일에 세 번씩 학교에 나와 회의를 하며 신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신문의 가치를 넘어 신문에 싣는 글의 의미까지도 말이죠.

  단신 기사든 기획 기사든 한정된 지면 안에 사안을 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시의성이 있는지, 모두가 주목할 만한 사안인지, 기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웬만큼 고민하지 않고서는 무수히 쏟아지는 피드백으로부터 아이템을 지켜낼 수 없죠. 취재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한 사안에 대해 관련 있는 부서와 사람은 모조리 찾아가야 하죠. 두 명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는 양질의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두 배, 세 배 많은 인원을 인터뷰해야 합니다. 그렇게 취재하다 보면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는데요. 그런 날이면 어디선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죠. ‘빨리 끝내고 쉬자, 나중에 고치면 되겠지···.’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 번 발행된 지면은 오래도록, 어쩌면 영원히 어딘가에 남아있게 되니까요.

  언젠가 동문회에 갔던 날 활자로 조판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쉽게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고 수정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자음과 모음을 손수 활자로 인쇄해 찍어내던, 이른바 낭만의 시절이었죠. 기자는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평소 오타를 잘 내는 동기를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오타를 많이 내는 사람은 힘들겠네요.” 그러자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배는 대답하셨습니다. “그만큼 신중해지겠죠.” 가벼운 대답이었을 수도 있지만 기자는 선배의 말에서 지금껏 써내려 온 자음과 모음들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새 기사를 작성하고 지면을 검토하는 기자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에도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피드백을 주신 편집장님들도요. 글의 무게를 알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기자는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글과 글자들의 무게를 생각하며 매주 발행되는 지면이 아깝지 않을 가치 있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어주실 거죠?

김현지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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