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4월 18일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사실상 불방됐다. 4월 10일에 있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4월에는 방영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의 지시였다. 

  참사 당시 일부 언론은 해경과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을 가리고자 ‘사건’이 아닌 ‘사고’로 보도하는 행각을 보였다. 2014년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희생자 수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라는 망언도 잇따랐다. 

  10년 뒤 언론이 같은 행보를 반복한다. 재난·재해방송의 주관방송사인 KBS가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실을 기억하려는 다큐멘터리를 앞장서 무산시켰다. 심지어 “총선 전후로 한두달은 영향권”이라는 이 본부장의 발언은 해당기간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안은 모두 보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공영방송이 세월호 참사를 시민 재해가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낙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영원히 기억하고 참회해야 할 사건이다. 참사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총선을 이유로 입을 다무는 것은 오히려 총선개입의 의혹을 점화한다. 

  이 본부장은 해당 다큐의 방영일정을 6월로 연기해 천안함 피격 등 여타 대형 참사와 함께 다루겠다고 밝혔다. 추모의 본질을 흐려 피해자를 대변하고 국가에 책임을 묻는 언론의 책무를 버리겠다는 것인가. 기억할 것을 잊고자 하는 언론은 10년 전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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