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만 하다 죽는다.’ 언뜻 듣기엔 직장인의 흔한 푸념 같지만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여실히 나타내는 문장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일본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약 20.0%, 미국 약 22.8%, 프랑스 약 4.4%, 노르웨이는 약 3.8%였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약 40.4%로 해당 조사에 참여한 OECD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미 한발 앞서 초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에 비해서도 2배가량 높은 노인 빈곤율은 ‘평생 노동 사회’로의 진입을 증명한다. 

  한국은 연금의 사회 보장성이 낮아 늦은 나이까지 앞다투어 노동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그러나 노동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행 능력이 약하다고 여겨지는 노인보다 청년 계층을 선호하기에 많은 노인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 설상가상 최소한의 생활을 지탱하는 연금마저도 이를 부담할 젊은이들이 심각한 저출생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니 머지않아 국가가 붕괴할 것이란 예측도 기우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인 동시에 노인들이 가장 빨리 ‘가난해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4차 산업혁명과 자동화 등의 이슈로 청년의 구인난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고령자 취업의 기회는 더욱 빠른 속도로 상실된다. 노동하는 노인 중 상당수가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일자리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대체될수록 노인이 큰 타격을 입는다. 첨단산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고령층을 위한 평생 교육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노후 대비를 은퇴 전에 저축해둔 돈과 부동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지 않으면 고령화·저출생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겠냐’는 끝없는 무용론의 굴레에 빠질 뿐이다. 

  낮은 출생률과 사회에 만연한 노인 혐오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노인 빈곤은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명백한 치부다. 더 늦기 전에 고령사회 정책 수립이 시급하나 정치권은 ‘표만 얻으면 된다’는 일차원적인 사고로 국민들을 갈라치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덕분에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한국은 정작 하염없이 흘러가는 ‘역성장 시계’를 늦출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주 80시간씩 대학에 입학하려 공부한 결과가 주 69시간씩 노동하기 위함이었냐는 대한민국식 불만에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경쟁해야 한다’는 외면하고픈 진실을 더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젠가는 드리운 그늘을 마주해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도 더 빨리. 

 

 

 

 

 

 

 

곽나영 뉴미디어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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