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간, 명예, 사랑 등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이것들을 돈으로 살 수 없을까요?  

  신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뿌리내린 시장지상주의는 오랫동안 시대의 주요한 믿음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도덕적 결함을 성찰하는 논의까지 우리는 진전하지 못했죠. 시장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고 그 사이 시장은 생명, 신체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했죠. 이런 우리의 사회를 샌델은 ‘시장경제를 이룬 시대(being a market so­ciety)’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믿어왔던 것은 시장에서 돈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줄을 대신 서주는 사람을 고용해 시간을 사기도 하고, 명예 학위 등 학벌을 암암리에 거래하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사망 보험금으로 채권을 만들어 타인의 죽음을 구매하기도 하죠. 

  이제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믿어왔던 것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 가치를 정확히 결정하지 못할 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사이의 벽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죠. 우리 삶의 가치는 결코 시장에서 계산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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