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국 간의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부산의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표심은 참담했다.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리야드가 BIE 182개국으로부터 119표를 얻었지만 부산은 사우디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9개국만의 지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결과만을 놓고 비판하기엔 부족할 만큼, 유치 준비부터 마무리 과정까지 온통 정부와 유관기관의 외교적 결례와 무능으로 뒤덮여 있었다. 11월 26일 한국정책방송원은 사우디를 희화화하는 엑스포 홍보 영상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사우디 인공지능 역할을 맡은 개그맨이 등장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든 ‘사우디’라는 말을 반복하는 등 사우디를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결례는 유치 결과가 발표된 이후 공식 석상에서도 계속됐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한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유치의 실패가 사우디의 오일머니 물량 공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전 투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다는 점에서 사우디를 지지한 국가들에까지 무례가 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당국은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해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선 넘은 ‘남 탓’ 이전에 한국의 엑스포 유치 전략이 지닌 문제점과 부족했던 정보력·외교력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국을 끌어들이는 구차한 변명은 필요없다. 지금 당국에 필요한 것은 내부적인 실책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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