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행정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돼 현장 민원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개기반 정부인증서(GPKI) 시스템 장애로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전산망 ‘새올’에 접속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역시 이날 오후 2시부터 전면 중단됐다. 모든 시스템의 운영이 정상화된 건 19일 오후였다. 사흘 동안 ‘디지털 강국’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멈춰버린 사흘 내내 정부의 대응은 그저 무능할 뿐이었다. 사고 당일 주민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으며 발송된 재난 안내 문자 한 통도 없었다. 심지어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응도 없이 ‘디지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정부는 당초 L4 장비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25일 정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행정전산망 마비의 원인에 대해 ‘네트워크 장비의 오류’라고 말을 바꿨다. 또한 해당 장비에 오류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책도 있을 턱이 없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예산이 약 5000억 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만 행정전산망 장애로 인한 혼란이 벌써 세 번째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는 국가전산망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결과에 대한 과감한 쇄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던 정부라면 적어도 국가의 행정전산망 정도는 제대로 정비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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