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간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고된 나날 속에 꺼내는 앨범의 사진처럼. 기억은 우리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다. 기억은 명암이 있다. 같은 경험도 누군가는 밝은 빛으로, 혹은 어둡게 남겨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기억이다. 

살면서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마다 삶의 위치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의 공유는 소중하다. 때때로 기억은 우리의 의지를 벗어나 공유되기도 한다. 수험생의 기억을 꺼낸다. 수험생의 기억. 그 뜨거운 순간은 누군가의 10대 마지막이자 20대 초반의 기억이다. 또한, 시간의 불가항력이 만든 공유 ‘된’ 기억이다. 성인이라는 기대보다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에서 보냈던 위태로운 찰나를 우리는 공유한다. 

당신에게 수험생의 기억은 어떤 의미인가. 저마다 기억의 명암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의 기억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즉, 수험생의 기억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합격과 불합격의 끝에서 마주한 대학이라는 징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 주는 일종의 강화 아이템이지 않을까. 아이템은 그 자체의 쓸모를 갖지 않는다. 즉, 그 쓰임새는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라는 혹독한 게임 속에서 강화 아이템은 작은 위안이자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의 기억은 아이템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의 징표는 일시적인 소모품이지만 기억은 불멸성을 지니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수험생의 기억은 성공과 실패에 국한되지 않는다. 단지 ‘너’라는 존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20XY년 11월 어느 목요일. 그날 하루는, 오직 너를 위해 출근이 늦어졌고, 오직 너를 위해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됐고, 오직 너를 위해 부모님은 도시락을 만들었고, 오직 너를 위해 등교가 중단됐고, 오직 너를 위해 선생님이 긴장했고, 오직 너를 위해 세상은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그렇다. 세상은, 국가는, 가족들은, 친구들은, 심지어 일면식 없는 누군가는 어디선가 소리 없이 나를 응원하고 있다. 비록 현실은 성공과 실패로 나뉠지라도 그것은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은 세상의 모순이 아닐까. 

 수험생의 기억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생각보다 세상엔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원하던 ‘수능 대박’은 나를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인생 대박’을 응원한다. 즉,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교훈인 셈이다. 

 기억이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때,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수험생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이 있다. 당신이 기억하길 바라는 기억이 있다.  

바람이 차다. 수험생의 기억을 꺼낼 계절이다. 세상은 절대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나성수 학생
도시계획·부동산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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