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혁 응급의료센터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는 식사 시간도 따로 없다”고 전했다.
오제혁 응급의료센터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는 식사 시간도 따로 없다”고 전했다.

지역·필수의료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중추적이다. 위급한 환자를 가장 먼저 치료하고 그들의 생사를 책임지는 응급실의 불은, 그래서 꺼지지 않는다. 남들이 쉴 때도 응급실을 지키는 오제혁 중앙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의학부 교수)을 만나봤다. 

  -응급의료센터장의 업무는.  

  “응급의료센터는 타 진료과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응급의료센터에 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각 임상 진료과와 연결해 추가적인 진료를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적절한 과에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과와 조율을 원활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맡고 있죠.”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동기가 있나. 

  “원래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려고 의대에 진학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남들이 쉴 때 일하는 사람을 동경해 왔는데요. 에릭 시걸이 쓴 『닥터스』라는 책을 읽고 의사가 이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의대에 진학해서도 외과 의사를 꿈꿨는데요. 그러나 학부 때 배운 지식만으로는 의사가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엔 중앙대병원 건립을 위해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거든요. 학생들이 100일 이상 수업을 거부했으니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리 없었죠. 그래서 응급의학과에 지원해 환자를 대하는 의료 기술을 숙련하고 다른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려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응급의학과에 계속 남게 됐지만 말입니다.” 

  -응급실 업무의 고충이 있다고. 

  “다른 진료과의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예약을 받아 외래 진료를 봅니다. 응급실은 그렇지 않죠. 그때그때 위급한 환자들이 찾아오기에 식사 시간도 따로 없어요. 말 그대로 24시간, 365일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 응급실입니다. 그래서 응급실 업무를 맡는 의료진들은 살이 쪄요. 밥을 먹다가 환자가 오면 밥을 버려야 해서 빠르게 식사하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식사 시간이 짧아지면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요. 그러면 더 많이 먹게 되니까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죠.” 

  -어떤 이유들로 응급실 찾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응급실의 문턱이 낮기 때문에 경증 환자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대략 60%는 다음 날 외래 진료를 받을 때까지 대기해도 큰 무리가 없죠. 나머지 경우에서는 특히 고령 환자가 많아요.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고열에도 의식을 잃기 쉽습니다. 요양병원에 야간 당직 의사가 없다 보니 응급실을 찾는 것이죠. 또한 만성질환이 있어 주기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위장관 출혈이나 관상동맥 협착증 등이 그 사례예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얼마 전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이송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분이었는데 보라매공원에서 운동하다 갑자기 쓰러지셨죠. 혼수상태로 이송되는 환자에게는 24시간 동안 목표 체온 조절 치료를 진행해요. 이후 4일에서 5일 정도 지나야 의식이 돌아오곤 하죠. 그런데 이 환자는 3일 만에 의식이 돌아와 퇴원했습니다. 모든 환자가 이렇게 회복됐으면 좋겠네요.” 

  -최근 ‘응급실 뺑뺑이’가 큰 문제다.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환자가 응급실 자체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요. 중앙대병원은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를 받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그 환자에게 최종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조금 다른 사안이죠. 응급실 이외의 병상과 환자를 치료하는 담당 진료과의 여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자 수용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대병원은 중환자실 병상 13개를 증설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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