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혼란스럽다.

흔들리는 국가경쟁력은 이미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고 있고 정부의 시의적절하지 못한 대응과 정책의 부재로 인해 국내경제 또한 장기간의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고 이제 그 짐은 고스란히 서민들과 학생들에게 넘겨진다.

그중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대학이다. 우리의 대학은 이제 더 이상 대학이라기엔 너무 몸집이 큰 학원이 되어버렸다. 학원강사님과 학원생 그리고 학원장 사이에서는 오직 점수와 돈이라는 목적만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교수님, 학생들, 그리고 대학주체들이 더욱 많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하나의 개별적 요소가 아니라 그들이 주인인 대학전체의 모습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은 인간공동체 속에서의 학문을 하는 곳이다. 그 안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의 판단능력을 배양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젠 대학인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취업이고 수단으로써의 토익이라는 시험이다. 어려운 경제현실과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강조되는 영어능력의 향상은 오직 토익 하나로 집약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영어교육을 받아왔는가? 말할 줄 모르고 들을 수 없는 황당한 교육을 수십년간 고수하고서도 이제와서 그 책임과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학원과 외국 여러 나라에 지출하고 있는가? 그 엄청난 낭비요인의 제공자는 누구였던가? 무엇이든지 급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토익으로 영어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며 해외로 나가는 우리 연수생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도 문제시되어지고 있다. 급속히 번진 토익열풍은 사상최고의 취업난과 더불어서 캠퍼스를 죽이고 있다. 학원으로 전락한 학교는 함께 어우러진 문화는 퇴조했고 선후배는 단절되었다. 비판정신도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려는 도전과 창조의 정신도 없다. 대학마저도 이렇게 변해버린 것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학을 살려라. 겉으로는 세계화와 21세기를 외치면서 정녕 소위 상아탑이라는 대학은 존재의 의의를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건전한 비판정신과 사회 공동체 속에 살아 숨쉬는 대학인들의 노력이 있는 한 아직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조그맣게 숨쉬고 있지만 우리의 대학이 본연의 인간개발의 의무를 우리 후배들에게는 할 수 있도록 고민할 때다.

<이창현, 정경대 정치외교학과·3>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