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의 꽃은 동아리다. 60, 70년대 번성했던 학술관련 동아리나 8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패·풍물패 동아리를 눈여겨보면 당시 대학문화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과 사회의 담이 전차 허물어져 가고있는 지금, 이색적인 동아리 결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벤처기업 창업과정을 함께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벤처 창업동아리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사실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벤처 창업동아리 열풍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기발한 생각과 기술을 사업화한 벤처기업들의 신화가 계속 이어지고, 최근 경제난을 계기로 재벌 주도의 경제성장이 한계를 드러내자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여기에 젊은이들의 모험심까지 가세하여 이와 같은 열풍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해 3∼4개에 불과했던 벤처 창업동아리는 올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국 1백여개 대학에 결성됐다. 현재 벤처 창업동아리의 붐이 한창인 대학은 포항공대를 비롯해 한국과학 기술원(KAIST),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대학을 망라하고 있다.

벤처기업 창업에 승부를 건 젊은이들의 열기는 동아리 규모의 놀라운 팽창에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과학기술원생들 중 전기·전자공학 분야 학생들 중심으로 결성된 'KB 클럽(KAIST Business Club)'은 발족 2개월만에 회원이 1백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고 서강대 벤처 창업동아리인 '블랙박스'는 지난 4월 결성됐지만 회원 50여명중 2명은 이미 벤처사업을 벌일 만큼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가에 불고있는 벤처바람이 그저 '바람'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벤처 창업동아리 붐이 정부에서 주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보는 이런 시각에는 지난 5월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창업동아리 공모전'이 촉매작용을 해 벤처 창업동아리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자금지원이 불투명한 동아리는 활동을 중단한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의 설득력을 더해준다.

"기업의 정당한 평가와 지원이 없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한 서울대 벤처 창업동아리 회원의 푸념은 벤처 창업동아리가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벤처 창업동아리 열풍이 '취업대란'극복의 길로 거듭날 것인지 그저 거품인기에 머물 것인지는 학교와 정부의 지원이 관건이다.

<최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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