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바람이 두 뺨을 붉게 물들이는 시기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수능 한파’가 코앞에 임박한 수능을 실감하게 하고 있죠. 여러분은 수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이번 주 여론부는 중앙대에서 새록새록 피어오른 수능의 기억을 되짚어봤습니다. 그 궤적을 따라 수많은 이들이 또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갈 테죠.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 위로 머지않아 예쁜 꽃을 피워낼 수험생들을 응원합니다. 2024학년도 수능 대박 나CAU! 글·사진 정다연·신지윤 기자 almostyeon@cauon.net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한상오 310관(100주년기념관) 방호원

  -안녕하CAU!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10관에서 방호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상오입니다.” 

  -대학입학학력고사(학력고사)를 치르셨다고요. 
  “학력고사는 1982학년도부터 1993학년도까지 대입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시험입니다.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죠. 필기고사와 체력장으로 치러졌는데요. 체력장의 경우 저를 포함한 학생들 대부분이 만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필기고사는 학원에 다니며 준비했는데요. 사교육 시장이 활발한 지금과 다르게 당시엔 국가에서 인정한 학원만 다닐 수 있었죠. 『수학의 정석』 등의 참고서로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지원 방법도 수능과 달랐다고 알아요. 
  “대입 모집군이 전기와 후기로 구분돼 한 군데씩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전기에 지원한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후기에 같은 대학의 다른 전공으로 다시 지원했는데요. 아쉽게도 불합격해 단념했죠.”

  -학력고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화가 궁금합니다. 
  “학력고사는 지역별로 지정된 고사장에서만 응시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지방 소도시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시험 전날 기차를 타고 도청사가 있던 대도시로 이동했습니다. 기차역에 고등학교 후배들이 나와 응원해 주고 응원 플래카드도 걸려있던 기억이 나네요. 학교에서 단체로 빌린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요. 소풍 온 기분도 들었지만 낯선 곳에서 시험을 본다는 사실에 긴장돼 밤잠을 설쳤습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수능이란 대입제도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가온 현실인 것이 사실이죠. 그러니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공부한 대로 착실히 준비하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파이팅!” 
 


젊은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박동철 교수(산업보안학과)

  -안녕하CAU!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산업보안학과 박동철 교수입니다.”

  -1994학년도 수능에 응시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첫 수능 응시생이었습니다. 1993학년도까지 실시됐던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1994학년도부터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수능이 도입됐거든요. 지금도 수능 출제 방식이 조금씩 바뀌지만 수능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변화하잖아요. 이와는 차원이 다른 혼란이었습니다. 기출문제도 없고 학원가도 어찌할 바를 몰랐죠. 의지할 데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어요.”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시험이 진행됐다고요. 
  “8월과 11월에 1·2차 시험으로 실시됐는데요.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2차 시험이 압도적으로 어려웠어요. 저희 반 45명 중 유일하게 딱 한 명이 2차 시험 점수가 1차 시험보다 3점 정도 높았죠. 정답을 중계하는 EBS 방송이 끝난 뒤 학교는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다음 해 수능에선 시험을 두 번 치르는 방식은 없어졌어요.”

  -수능 도시락 메뉴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단팥빵과 우유, 요거트였습니다. 제가 빵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싸 주신다는 걸 괜찮다고 말렸죠. 지금도 여전히 밥보다 군것질을 더 좋아해서 학내 빵집에 매일 들러 빵을 사 먹습니다.(웃음)”

  -수능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중요한 건 결승점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수능은 성공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한 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란 말처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그러니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낙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수능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니까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현창 학생(공공인재학부 3)

  -안녕하CAU!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현창이라고 합니다. 공공인재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수능을 준비했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현역 때는 2017학년도 수능을, 재수 때는 2018학년도 수능을 치렀어요. 고등학생 때 기숙사에 살았는데요. 학교가 농촌에 있어 학원을 다닐 수 없었죠. 그러다 보니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친구들과 함께 자기주도학습을 하곤 했습니다. 재수를 준비할 땐 재수종합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어요.”

  -2018학년도 수능은 자연재해 때문에 일주일 연기됐다고 알고 있는데요. 
  “수능 하루 전날, 밥을 먹다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내일이면 그동안 준비했던 게 모두 끝나고 편하게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계획이 무너져 허탈감과 공허함이 들었죠. 하지만 한편으론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수능 전 다잡았던 마음이 일주일 동안 많이 풀어졌던 것 같아요. 수능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인생에서 수능이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취업할 시점이 되고 사회로 진출한 동기들을 보니 대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능 성적·대학 이름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했더라도 그게 인생의 실패라고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았으면 해요.”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응원 부탁드려요. 
  “수능을 초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던 것들의 마무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쏟아낸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모의고사도 많이 치렀잖아요. 하나의 지나가는 시험이라고 여기길 바랍니다.”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 
이선민 학생(심리학과 2)

사진 봉정현 기자
사진 봉정현 기자

  -안녕하CAU!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심리학과 재학 중인 22학번 이선민이라고 합니다.” 

  -수능을 두 번 응시했다고 알고 있어요. 
  “전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 수능에 응시했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는데요. 새로운 유형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죠. 기존의 수학 나형 기출문제를 풀면 1등급이 나온 것과 달리 문이과 통합형 문제를 풀면 한두 등급씩 낮게 나왔거든요. ‘지난해에 잘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이미 공부를 시작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해 저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칠 때마다 도움이 됐던 존재가 궁금합니다. 
  “당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한 전미도 배우를 좋아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죠.
  또 제가 기독교 신자다 보니 책상 앞에 성경 말씀을 올려두고 힘들 때마다 보면서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잠언 16장 9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라는 글귀죠.”

  -이선민 학생에게 수능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수능 결과 자체보다는 수능을 준비하며 배운 기술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국어 지문을 분석하는 법은 대학 공부를 할 때 유용하죠. 굉장히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었지만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해요.”

  -곧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건 아니니 결과에 삶을 대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 온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또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세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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