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 여론부는 뮤지컬동아리 ‘웨스트엔드’(다빈치캠 중앙동아리)를 만나봤는데요. 개성 있는 언어를 한데 모아 사람들의 마음을 화합의 선율로 수놓는 이들로 구성된 동아리죠. 섬세하고 감미로운 열정으로 가득 차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다연 기자 almostyeon@cauon.net

사진 정다연 기자
사진 정다연 기자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한다.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 -헨리 포드

세상은 무수한 접점의 집합입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글을 쓸 때, 관계를 형성할 때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접점을 만들어 내고 있죠. 접점은 물리적으로 접촉한 부분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둘러싼 세계와 시간을 읽어낼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선형적 관념을 넘어 그 주변을 순환하는 맥락을 이해하는 순간 모든 이들은 하나의 언어로 귀결됩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 없죠. 여기 대본과 연출, 연기로 특별한 접점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언어로 조화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뮤지컬동아리 ‘웨스트엔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10월 12일 오후 7시, 610관(학생복지관) 동아리연합회 종합연습실(연습실)의 작은 창문에서 작은 빛이 아른거렸습니다. 그 빛의 끝엔 연말에 진행될 정기공연을 준비하고자 삼삼오오 모인 동아리원들이 있었죠. 이날은 하계방학 동안 수차례 회의를 거듭해 완성된 대본을 토대로 정기공연 무대에 오를 배우팀 동아리원을 선정하는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연습실 한 켠에서 오디션 곡을 연습하는 배우팀 동아리원들의 목소리엔 미세한 떨림이 가득했죠. 그 잔파동에 기자의 마음도 덩달아 긴장됐습니다.

  기자는 문득 배우팀 동아리원은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침 기자의 눈엔 휴대전화 액정을 바라보며 가사를 외우던 김현서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이 들어왔죠. “달빛천사 OST인 <New Future>를 부를 예정입니다. 이번 정기공연에서 수줍음 많은 소녀 역할을 연기하고 싶거든요. 배역의 수줍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가창력을 뽐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배역의 성격까지 고려해 신중히 선곡하는 모습에 기자는 이번 오디션을 좀 더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게 됐죠.

  김현서 동아리원의 옆으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김보미 동아리원(연희예술전공 1)의 음색이 기자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김보미 동아리원은 이번 오디션을 준비한 과정을 설명했죠. “연기에 깊은 내공은 없다 보니 배역의 MBTI를 많이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대본에 드러난 ‘채영’의 성격을 분석해 어떤 버릇을 갖고 있을지 등을 많이 상상했죠.” 나름대로 배역을 해석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 기자는 왠지 모를 자극을 받았습니다.

  잘 봐 동아리원들의 무대다
  어느덧 배우팀 동아리원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시간이 왔습니다. 연출팀과 홍보팀 동아리원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해진 눈빛으로 배우팀 동아리원들의 무대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도 그 옆에 앉아 무대를 감상했죠.

지세흠 동아리원(첨단소재공학과 2)과 김현서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이 MR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세흠 동아리원(첨단소재공학과 2)과 김현서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이 MR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장 먼저 주선우 동아리원(사진전공 2)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황금별>을 불렀습니다. 노래를 시작하자 수줍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대 위에는 진지한 배우 한 명만이 자리했죠. 주선우 동아리원은 무대를 내려오며 후기를 전했습니다. “평소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 ‘준우’역에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해당 배역을 희망하며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다음으로 최민준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최민준 동아리원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을 준비했는데요. 섬세한 음색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무대를 준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민준 동아리원은 이번 오디션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듯했습니다. “지나치게 차갑거나 뜨거운 물은 목에 자극을 줄 수도 있으니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셨어요.(웃음)” 작은 부분까지 세세히 신경 쓰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 기자는 동아리원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배우팀 남자 동아리원의 순서가 끝나고 이어 세 명의 여자 동아리원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다각적인 캐릭터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정하고 이에 자신의 개성을 자연스레 녹여 노래했죠.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 기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무대를 감상했습니다.

  오디션이 모두 끝난 뒤 배우팀을 제외한 동아리원들은 논의 끝에 배역을 결정했습니다. 조민정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은 이번 배역 선정에서 고려한 점을 얘기했죠. “배우의 성격적인 부분이나 목소리·성량·분위기 등도 보고 배역을 정했습니다. 대본을 읽고 떠오르는 배역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지 고려했죠. 배우팀 동아리원분들이 굉장히 본격적으로 임하신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김지원 동아리원(문예창작전공 1)도 소감을 밝혔습니다. “배역에 따라 노래를 불러야 하는 분량이 다르므로 개개인의 성량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어요. 초반에는 안정적으로 부르다 뒤로 갈수록 음정이 흔들리진 않는지 유심히 관찰했죠.”

  웨스트엔드의 정기공연 오디션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배우팀 동아리원들 모두가 원하는 배역을 맡진 못했지만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배역을 연기하게 됐죠. 그들이 각자의 언어로 꾸리는 뮤지컬은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나름대로 배역을 해석하고 그 해석과 배역의 결이 맞닿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겠죠. 다양한 개성이 모여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 낼 웨스트엔드. 그들이 만들어 낼 화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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