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연 총괄을 맡은 이현서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은 “인권이라는 주제가 공연이나 퀴즈 등의 친숙한 방식으로 표현돼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사진제공 인권센터

학생 중심으로 행사 진행돼 
배리어 프리한 운영 엿보여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권센터가 주최하는 ‘2023 인권문화제(인권문화제)’가 진행됐다. 코로나19 기간 규모를 축소해 서울캠에서만 진행되던 인권문화제가 올해는 다빈치캠에서도 재개됐다.

  이번 인권문화제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3년 대학 인권센터 확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최윤서 인권센터 전문연구원은 “올해 인권문화제는 ‘DIY(DI–versitY) CAU, 우리가 만드는 인권·다양성 존중 캠퍼스’를 주제로 진행했다”며 “예년과 달리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생 주도형 인권문화제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학내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문화제를 통해 캠퍼스 구성원 간 존중과 포용을 통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다”며 “평소 학생들이 관심 있었지만 접하기 어려웠던 주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했다”고 전했다.

  10월 31일 양캠에는 총 14개의 학내·외 단체가 참여한 인권캠페인 부스가 마련됐다. 사회학과 사회과학학회 ‘포헤’는 학생들의 번아웃 유형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공했다. 윤설 포헤 학회장(사회학과 3)은 “현대 사회의 능력주의와 결부되는 ‘갓생’ 개념과 노동 문제의식을 재미있게 표현해 보고자 했다”며 “부스가 일회성 행사인 만큼 문제의식이 퇴색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부스에 참여한 장보연 학생(경영학부 1)은 “MBTI처럼 간단하게 번아웃 유형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며 “다른 부스들도 간단한 활동들로 이뤄져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회학과 학생회가 운영한 부스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적어 보는 활동이 진행됐다. 김승현 사회학과 학생회장(3학년)은 “흔히 사용되는 비하 발언 등을 통해 사회에서 일방적 호명을 당한 경험을 나눴다”며 “사랑이란 무엇인지와 공동체를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학생들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1일 310관(100주년기념관) B501호에서는 수어봉사동아리 ‘손짓사랑’ 주관의 휴먼북이, 310관 1층 대신홀(소공연장)에서는 여성주의 학회 ‘여백’·사회복지학부 여성복지동아리 ‘NOBA’가 공동 주관한 인권영화제가 진행됐다. 농인과 수어에 대한 개념을 다룬 휴먼북에는 김리후 배우가 초청돼 강연을 맡았다. 양해인 손짓사랑 회장(영어영문학과 2)은 “김리후 배우가 수어로 강연을 진행하고 문자 통역을 동시에 지원하는 등 행사 전반이 배리어 프리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했다”며 “수어가 중심이 되고 그 수어를 통역해야만 강연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통역 사이 정적에서 청인들의 불편함을 헤아릴 수 있길 바랐다”고 밝혔다. 강연에 참석한 이희수 학생(영어영문학과 3)은 “강의실에 입장함과 동시에 큰 자막과 통역사의 존재를 보고 배리어 프리한 강연을 위해 동아리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느껴졌다”며 “무의식 속에 있던 편견을 깨주고 세계를 넓혀준 강의였다” 호평했다.

  인권영화제에서는 김보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상영됐고 감독과 출연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여백 관계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고려해 해당 주제를 다룬 영화를 상영했다”며 “행사를 통해 사회에는 여전히 소수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현경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은 “흔히 개인사로 치부되는 섭식장애를 다룬 영화를 캠퍼스에서 함께 보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질의응답에서 대학이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와 관련해 언급이 적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인권문화제 마지막 날인 2일에는 문화공연과 환경동아리 ‘지구인’ 주관의 인권영화제가 이어졌다. 문화공연에서는 UBS가 사회를 맡아 공연 시작과 중간에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퀴즈를 진행했다. 공연에서는 밴드 ‘미원’·‘지하밴드 유수아’, 풍물패 ‘소래얼’이 무대를 선보였다. 소래얼의 상쇠를 맡고 있는 조하정 학생(교육학과 2)은 “남성 위주였던 풍물패에 점차 여성이 포함된 것을 나타내고자 처음엔 남성만, 그다음에는 여성만이 놀음을 하다가 마지막엔 모두가 어우러지는 혼성 판굿으로 이어지도록 공연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원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장예현 학생(러시아어문학전공 2)은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조명을 끄고 공연을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공연을 관람한 박태연 학생(철학과 1)은 “문화공연에 참석해 환경 문제나 배리어 프리 등 새로운 개념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자연 학생(유아교육과 4)은 “인권을 잘 녹여낸 공연 무대들이 좋았다”며 “적극적인 홍보로 많은 학생의 참여를 유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과 올해 인권문화제에 모두 참여한 고지훈 학생(사회학과 3)은 “올해 인권문화제가 작년에 비해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며 “행사 주체가 학생 단체로 넘어오며 학내 인권 단체의 존재가 부각돼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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