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법원은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동성 커플)을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했다. 한 일반인 동성 커플이 ‘동성 배우자에 대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가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동성 커플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사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였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실금을 가한 건 사법부뿐이 아니다. 시민사회 역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사실혼·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국민은 약 70.2%에 달했으며 62.4%가 법적인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야 함에 동의했다. 

  문제는 변화하는 시류를 읊지조차 못하는 입법과 행정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는 혼인·혈연·입양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 형태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철회했다. 18년간 이어진 법안 개정에 대한 담론이 단 1년 만에 번복된 것이다. 이는 가족 개념 확대가 동성혼 법제화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종교계와 이에 동조적인 보수세력을 의식한 결과라 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은 시류를 고려한 당연한 흐름일 뿐이다.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대해 입법론적으로 고찰하고 제도적 테두리를 마련하는 것은 정치와 진영 논리가 아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으로서 논해져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