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과 9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에흐망쓰(Hermance)에 있는 브로셰(Brocher) 재단에서 연구를 하고 귀국했다. 브로셰 재단에서 체류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기술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민간기구인 브로셰 재단은 브로셰 부부의 유지를 받들어서 생명윤리 중심의 다학제간 연구를 지원한다. 필자는 ‘건강과 질병 개념의 구성적 진실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완성 후 저술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 재단에서 연구자들은 1달, 2달, 또는 3달 동안 체류하면서 연구 활동을 한다. 국제적십자사 본부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있는 제네바의 ‘건강과 윤리’를 존중하는 전통을 배경으로 이 재단은 개인 및 사회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와 학문활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프랑스와 국경을 접한 에흐망쓰에 있는 이 재단은 레만호숫가 너른 대지에 건물과 정원을 갖추고 훌륭한 숙소와 연구환경을 무료로 제공하며, 박사 후기과정 연구자들에게는 장학금까지 제공한다.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를 제공하며, 주말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식사대금을 지원한다. 다만 점심 식사는 반드시 모든 연구자가 함께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자신의 활동을 하면 된다.  

  오전이든 오후든 연구하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레만호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인근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달리기를 하는 것도 자유이다.  

  주중에도 외부에서 학술회의에 참가하거나 개인 연구와 관련된 미팅을 가질 수 있다. 주말에는 제네바 혹은 인근 스위스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알프스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레만호에 접한 스위스와 프랑스의 도시들을 운행하는 연락선을 타고 여행도 한다. 필자도 제네바의 여러 박물관 순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레만호 프랑스 마을 이부아(Yvoire)의 오감정원을 관광했다. 이런 기관이 세계에 얼마나 될까? 

  여기서 체류하는 동안 정말 값진 체험을 하였다. 첫째 연구자들에게 지상낙원과 같은 연구환경을 무료로 제공하고 심지어 장학금까지 제공하는 스위스인들의 전 세계로 개방된 연구지원 문화의 체험이다. 둘째 종교개혁을 주도하여 성공한 장 칼뱅, 사회계약과 평등을 주장한 철학자 장 자크 루소, 국제적십자위원회 창시자 앙리 뒤낭, 아동발달 연구를 통한 새로운 인식론적 패러다임을 개척한 장 피아제, 등이 형성하는 자유, 개혁, 평등, 평화, 실용, 봉사의 전통과 정신의 체험이다. 셋째, 함께 체류한 여러 연구자와의 자유로운 대화와 사귐에서 형성되는 학술적 교류와 인간 관계의 체험이다. 이는 학문적 연대와 학문 융합의 매우 효과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들과 브로셰 재단 동문으로서 폭넓고 상호유익한 활동이 기대된다. 필자는 한국인 연구자로는 첫 번째 참여자인데, 중앙대 학생 및 교수들도 이 재단과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

 

유권종 교수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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