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화 트렌드 2023』의 저자 신형덕 교수(홍익대 경영학부)는 올해의 문화 트렌드 중 하나로 ‘주목경제’를 꼽았습니다. 주목이라는 작은 행동은 1인 미디어의 시대와 맞물려 주목경제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불러왔는데요. 이번 주 문화부는 대중의 관심이 요즘 우리 사회에 미친 다양한 영향을 알아봤습니다. 주목경제의 정의부터 이면까지, 우리의 관심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진수민 기자 susky@cauon.net

 

 

‘관종’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는가. 관종은 ‘관심 종자’의 줄임말로, 쓸데없이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1인 미디어의 발전은 주목에 대한 목마름을 심화했다. 사람들은 ‘관종’에 주목했고 주목은 부가 가치를 만들어냈다. 현대 사회에서 ‘관종’이 일으킨 파장은 무엇일까. 


  관심으로 일궈낸 경제 

  주목이 돈을 만들어 낸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세상의 관심으로 돈을 버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으로 최근 1인 미디어는 경제적 이익의 창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목받는 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현상을 경제학 용어로 ‘주목경제’라 한다. 올해의 문화 트렌드 중 하나로 주목경제를 지목한 신형덕 교수(홍익대 경영학부)는 주목경제의 작동 원리로 희소성을 들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슈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많은 사람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다만 사람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영역은 무한정이 아니죠. 때문에 주목의 희소성은 경제적 또는 정치적인 가치를 만들어요.” 


   주목경제는 1인 미디어를 만나 더욱 성장했다. 박웅기 교수(숭실대 언론홍보학과)는 주목경제가 미디어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기존의 지상파 방송 등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콘텐츠가 생겨났어요. 대중의 선택권이 증가한 것이죠.” 


  재계·정계도 주목에 주목 

  1인 미디어를 활용해 이득을 보려는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1인 미디어에서 주목의 원리를 잘만 활용하면 평범했던 일반인도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막강한 사회적 권위나 인기를 손에 쥔 이들이라면 그 영향력은 더욱 폭발적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많은 기업과 정치인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1인 미디어를 영리하게, 때로는 영악하게 활용하고 있다. 


  송정석 교수(경제학부)는 예로부터 기업은 무수히 많은 상품 속에서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려 끊임없이 경쟁해 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기업은 매년 새롭게 등장하고 퇴출당합니다. 만약 시장에서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워요.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일단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단점 개선과 장점 살리기에 힘쓰겠다는 경제학적 동기를 갖게 되죠.” 


  기업이 소비자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것은 어느 때나 똑같지만 1인 미디어의 발달로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는 변화가 생겼다. 김유승 교수(광고홍보학과)는 기업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기업 마케팅에서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과거에는 기업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자사의 이야기를 전달했어요. 그러나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미디어를 통해 기업과 소통을 시도할 수 있게 됐죠.” 


  조직으로서의 기업이 아닌 기업인 개인도 직접 1인 미디어를 활용해 자사의 이익을 도모하곤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기업인이 늘어나면서 일부는 한정된 양의 주목을 얻기 위해 자신을 과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기업인이 1인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인이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과시하고 과장하는 내용을 1인 미디어에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잠재력 이상으로 자신을 과대 포장해 팔로워를 끌어들이는 기만행위가 문제가 되곤 하죠.” 


  기업 경영에 1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인의 대표적인 예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 경영자)가 있다. 머스크 CEO는 약 1억 5천만 명의 엑스(구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2021년 중국의 관영언론 신화통신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 내용을 엑스에 게시하자 머스크 CEO는 중국이 이룬 경제적 번영이 놀랍다는 댓글을 남겨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당 발언에 관해 언론은 2021년 중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일부에서 결함이 발견된 사건이 중국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을 머스크 CEO가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찬석 교수는 머스크 CEO의 이 같은 행보에 관해 테슬라의 전체 매출 중 중국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점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엑스를 통해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자신이 올린 SNS 게시글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민감하게 따지기 때문이죠. 이 사례 외에도 머스크 CEO가 엑스에서 가상자산 도지코인을 꾸준히 거론하며 도지코인의 수요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이러한 시도는 주가 조작과 직결된다는 비판도 받았죠. 엑스 속 머스크 CEO는 그저 ‘관종’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기업인은 늘 수익의 측면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202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에 ‘시그널을 써라’라는 글을 게시하자 헬스케어 업체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사진출처 연합뉴스
202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에 ‘시그널을 써라’라는 글을 게시하자 헬스케어 업체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사진출처 연합뉴스

 



  ‘어그로’의 등장 

  주목을 위한 주목은 일명 어그로의 등장에도 일조했다. 어그로는 관심을 끌거나 튀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공격적인’이라는 의미의 ‘aggressive’에서 변형된 말이다. 강연곤 교수(미디어커뮤케이션학부)는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1인 미디어에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가 주목경제의 어두운 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 혐오 표현을 쓰거나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나르기도 하죠.” 박웅기 교수도 주목을 갈망하는 1인 미디어의 이면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요.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다루는 콘텐츠로 조회수를 늘리려는 사이버렉카도 늘어났죠. 이는 명예훼손, 사이버폭력 등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도 1인 미디어를 활용해 대중의 눈길을 끄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월 10일, 전 세계 유튜브 채널 데이터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튜브 슈퍼챗 수입 상위 10개 채널 중 7개 채널은 정치 관련 콘텐츠를 다뤘다. 슈퍼챗이란 유튜브 생방송 중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송정석 교수는 1인 미디어의 성공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조회수가 경제적 이익과 연관될 때 사람들은 사실관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자극적 언행을 하기도 합니다.” 강연곤 교수는 거친 언사와 자극적인 허위 사실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일부 정치 유튜버의 문제를 꼬집었다. “몇몇 정치 유튜버는 차분하게 풀어도 될 사안을 과격하게 표현해 대중에게 주목받으려 합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입각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정치 유튜버에게 슈퍼챗이 쏟아지는 현상은 혐오와 갈등을 팔아서 돈을 얻는 현상과 맞닿아 있어요.”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대중의 호오를 정치에 있는 그대로 반영하려는 사상인 포퓰리즘이 부상하기도 했다. 서찬석 교수는 유명 정치인이 정당을 거치지 않은 채 1인 미디어로 지지자를 결집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들었다. “1인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의 일대일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어그로 전략이 최근 더 부각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엑스에서 의제를 생성하며 자신의 지지자를 모으고 적과 싸워나갔죠. 첫 공화당 경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1% 남짓이었어요. 전형적인 공화당 인사도 아니었던 그가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1인 미디어의 활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관점의 매체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물 하나를 읽는 것이 대중에게는 더 재밌고 효율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악어에게 먹이로 주자는 SNS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사진출처 연합뉴스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악어에게 먹이로 주자는 SNS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사진출처 연합뉴스

 


  주목의 무게 깨달아야 

  대중은 자신에게 주목할 거리를 던지는 미디어에 시시각각 노출되고 있다. 경제적·정치적 이익만을 좇는 ‘어그로성’ 콘텐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의 주목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김유승 교수는 소비자가 콘텐츠 속에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중은 자신의 시간을 어떤 콘텐츠에 할애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얕은 수법으로 이목을 끄는 콘텐츠에 매몰되면 그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가 이윤을 얻어 더욱 성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강연곤 교수는 1인 미디어 플랫폼이 이익을 추구하는 논리를 면밀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알고리즘에 따라 접하게 되는 콘텐츠가 기업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혐오나 갈등을 담은 콘텐츠가 노출되는 것을 굳이 필터링하지 않는 기업도 있어요. 그것이 1인 미디어 플랫폼이 돈을 버는 방식이죠.” 


  균형 잡힌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다. 서찬석 교수도 제도적 기반에 주목했다. “소비자가 모든 의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1인 미디어에 관한 제도적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 나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 수를 줄일 필요도 있어요.” 신형덕 교수는 1인 미디어의 자유와 규제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위 검증 없이 주목받는 것에만 집착하면 미디어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광고로 따지면 과장 광고나 선정적인 광고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이유는 될 수 없어요. 결국 1인 미디어 규제에 따른 자유 억제와 무한정 허용에 따른 사회적 폐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주목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튀어야 산다는 강박은 가짜·혐오·과시로 포장한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어졌고, 이러한 콘텐츠는 실제로 돈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수많은 콘텐츠 속 주목의 대상을 정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외면받아 마땅한 콘텐츠·기업·정치인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떤 게시글과 영상에 무관심해야 할까. 주목받지 못하는 것만큼 오늘날 그들에게 큰 좌절은 없기에,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신중하게 소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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