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하면 학생들은 본가에서 서울로 저마다의 여정을 떠나곤 합니다. 필자는 자취하며 지난 1년을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북적북적한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모순적이게도 필자는 그 북적함과 대비되는 고요한 자취방에서 외로움을 느껴왔습니다. 그렇게 보낸 1년의 시간은 필자의 인생에 온기를 느끼게 해준 소중한 순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15년 가까이 살아온 필자의 ‘집’은 많은 추억이 담긴 존재입니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도시인 곳에 있지만, 아직 집 주변은 초록빛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모습입니다. 15년의 추억 속에는 친구들과 넓은 자연 안에서 걱정 없이 뛰놀던 순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1년의 여정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필자를 둘러싼 자연이 따스한 온기로 다가왔습니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햇빛을 만끽하는 사소한 순간일지라도 찰나의 행복함으로 하루를 채워가곤 합니다. 

  필자의 조부모님 댁은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한 섬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드나들던 그 섬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당연한 곳이었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섬에서 배를 타고 자유를 만끽했던 순간, 숲속을 거닐던 순간, 노을 지는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던 순간, 이 모두가 필자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 쉼을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죠.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별생각 없이 웃고 대화하는 것도 필자에게는 잠시나마 힘든 일을 잊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중고등학교 시절 매일 만나던 친구들의 부재가 필자에게는 상당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각자 달라진 생활 반경으로 한 달에 한 번 겨우 만나는 이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지곤 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상황 속에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가 참 대견했습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가끔 만나면 각자 근황을 모두 얘기하는데요. 함께 한바탕 웃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필자에겐 붙잡고 싶은 순간 중 하나입니다.  

  영화 <겨울왕국2>의 OST인 <Some Things Never Change>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이 노래에서는 ‘I can’t freeze this moment, but l can still go out and seize this day’라는 가사가 등장합니다. 이 순간을 멈춰버릴 순 없지만, 밖으로 나가 이 순간을 붙잡을 순 있다는 말이죠. 내가 향유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기억 한편으로 밀려나곤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았던 시선과 느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중한 매 순간에 하염없이 머물러 있을 순 없지만, 그 순간을 온몸으로 간직하여 또 다른 추억으로 필자의 세상을 채워 나가고자 합니다.

 

 

 

 

 

황지우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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