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유주의자이자 사상가인 후스(胡適) 선생은 생전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용인(容忍)은 모든 자유의 바탕입니다. 자신과 다른 이를 용인하는 아량이 없다면, 자신과 다른 종교와 신앙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남들이 우리의 의견을 용인하고 이해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타인을 용인하고 이해하는 아량을 길러야 합니다.” 근 40년 이상 중국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후스 선생이 말년에 이르러 ‘용인’을 주장한 것에는 자신의 의견만 강하게 내세우고 타인의 이견을 참지 못한다면 자유 사회를 형성할 수 없다는 배경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당시 모든 자유주의자가 공통으로 자유를 주장했지만, 자기주장만 하고 자유에 대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로 할퀴는 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생각을 용인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용인’의 사전적 의미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 용서함’입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 신념, 삶을 이해하는 방식 등이 매우 다른데,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용인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상호존중과 배려, 소통, 그리고 인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호존중과 배려는 거창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가족 간의 배려, 친구 사이의 배려 등등, 말 그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한집에 사는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며,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서로 존중하며 배려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상호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존중과 배려는 의사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겨서는 안 되며, 상호 간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쟁 사회 속에서 늘 자신만 내세우고 타인을 넘어뜨리는 법만 배워 왔던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나의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힐 수 있고, 타인에 대한 분노와 미움은 결국 자기 파괴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참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초래된 갈등과 불편함은 더욱 심화할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 참고 견디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는 가장 큰 결실을 가져다주는 미덕입니다. 인내를 실천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호존중과 배려, 소통, 인내야말로 바로 ‘용인’의 미덕입니다. 용인의 미덕이 상실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험하고 흉흉한 사회가 될 것이며, 결국에는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타인을 용인하고 이해하는 아량을 기른다면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최소한의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한지연 교수
중국어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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