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 한국어 사용 잦아 
영어강의 개설에 별도 조건X

영어강의 위한 교수법 교육 필요해 
쌍방 소통의 영어강의 지향해야

영어강의는 대학이 세계적 소통 능력을 함양해 국제사회로 나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다. 그렇다면 중앙대의 영어강의는 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을까. 오늘날 중앙대의 영어강의 실시 현황과 영어강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재고해 보았다. 

  중앙대 영어강의 현황은 
  영어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중대신문은 9월 6일부터 9월 8일까지 중앙대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89명이 영어강의를 수강한 적 있다고 답했고 영어강의를 수강한 이유로는 ‘필수과목이기 때문에’와 ‘높은 학점’이 각각 50명, 35명으로 가장 많이 꼽혔다. 영어강의에 질적으로 만족했다고 답한 응답은 약 49.43%에 머물렀다. 강의 만족도가 낮다고 답한 학생들은 학생과 교수자의 부족한 영어 실력 등을 이유로 꼽았다. 

  조사 결과, 영어강의 현장에서는 학생의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부득이하게 한국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업의 모든 부분이 영어로 진행됐는지’에 대한 문항에 응답자의 약 53.93%가 강의에서 한국어가 사용됐다고 답했다. 송고은 교수(교양대학)는 “영어로만 수업을 하고 나면 수업 이후에 학생들에게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어로 부연 설명을 하자 질문이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안솔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는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로 강의 내용을 전달·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고은 교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무관하게 영어로만 수업해야 하는 규정은 불편함이 있다”고 밝혔다. 

  영어강의 개설에 대해 박민성 학사팀장은 “학과마다 영어강의를 하나 이상 개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교수나 학생의 요청이 있으면 영어강의를 개설한다”고 설명했다. 최미경 학사팀 차장은 “제2외국어학과·의대 등 특수학과만 영어강의 개설 권고 대상에서 예외를 둔다”며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원에게는 언어 강의료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전했다. 다만 신임 교원의 경우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를 진행하도록하고 있다. 박민성 팀장은 “신임 교원은 비교적 최근까지 원어로 전공 분야를 연구했기 때문에 영어강의를 한 과목씩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대는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에게 임용 이후 별도의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안솔 교수는 “교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평가 시 영어로 공개 강의를 진행한다”며 “영어강의 능력과 더불어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는지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영어강의를 위한 강의 있어야 

  중앙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는 효과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그러나 현재 영어강의 진행을 위한 별도의 교수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다. 홍아정 교수학습개발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영어강의와 한국어강의 사이에 차이를 두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정채윤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전담교수는 “영어강의를 담당하는 교수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교수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수강한 후 개별적으로 수업에 적용하는 방식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국대 교수학습혁신센터는 영어강의 관련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수영 동국대 교수학습혁신센터 교수법연구초빙교수는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주제를 선정한다”며 “영어강의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어 연 1회씩은 영어강의와 관련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동국대 교수학습혁신센터는 오는 10월에도 영어강의 교수전략에 관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어강의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정효진 교수(동국대 교양외국어센터)는 “교수자의 언어 사용과 수업 자료 디자인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강의를 수강했었다”며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추후 강의 진행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영어강의에도 혁신이 필요해 
  영어강의는 교수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정은숙 교수(교양대학)는 “교수 입장에서 연구와 영어강의 준비를 병행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되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영어강의 참여도’ 항목에 대해 참여도가 높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약 23.6%에 불과한 데 비해 참여도가 낮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약 40.45%로 나타났다. 이소은 학생(철학과 4)은 “교수님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대부분 외국인 교환학생들뿐이었다”며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이 부족할뿐더러 토론식 수업이 익숙하지 않아 학생 수업 참여도가 낮은 것 같다”고 전했다. 송고은 교수는 “강의 첫 주부터 학생들은 서로 간의 영어 실력 격차를 인식한다”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무기력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모두 영어강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영어강의가 전공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약 46.0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허재혁 학생(정치국제학과 1)은 “영어강의에서 제공되는 원어 수업 자료가 학문을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류한준 교수(첨단소재공학과)는 “공대가 사용하는 용어·교재 다수가 영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문으로 번역하면 오히려 어색하다”며 “영어로 전공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교환학생을 갈 때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영어 실력 제고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영어강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영어강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어강의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설문 응답자의 약 55.06%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재원 학생(수학과 4)은 “회화를 비롯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줄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서진 학생(서양화전공 4)은 “형식이 정해진 수업이 아닌 다양한 소통의 기회가 있는 강의가 개설돼야 영어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영어강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교수들의 제안도 있었다. 안솔 교수는 “영어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국제 사회에서도 전공 지식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어 소통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고은 교수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자신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업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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