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전쟁만 끝나면, 그 숱한 눈물만 그치면 멋진 삶이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믿었어요. 아름다운 인생이. 승리만 하면…”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에서 소련은 승리했으나 여성은 패배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요. 전쟁의 역사는 남성의 언어로 쓰이며 여성의 이야기는 지워졌습니다. 

  전쟁은 여성을 지웁니다. 군인이 된 소녀는 여자로서 누리고 싶었던 “여자 옷”을 버립니다. 길거리의 여성은 강간, 살인과 같은 전쟁의 참혹함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버리죠.  

  저자 알렉시예비치는 그동안 배제됐던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전쟁을 새롭게 재현합니다. 책을 펼치면 쏟아지는 단편들은 여성이 겪은 전쟁과 그 이후의 삶을 그려내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성의 일상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모두가 승리에 취해있을 때 여성을 향한 포탄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여성 군인에게 돌아온 것은 “꼬리나 치는 군대의 암캐”라는 모욕이었습니다.  

  승리만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승리에 묵살된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죠. 침묵한 채 고통 받았던 여성이 조명될 때 비로소 전쟁이 끝맺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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