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문준빈 기자
사진 문준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을 벗어던지고 병원의 새로운 도약을 꿈꿔야 하는 시점에서 중앙대병원장이 새롭게 임명됐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중앙대병원에서 신경외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권정택 교수(의학부)가 그 주인공이다. 8월 29일 권정택 중앙대병원장을 만나 병원 내 주요 현안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을 축하한다. 병원장 임명 소감은.

  “먼저 어려운 시간 동안 중앙대병원을 이끌어 주신 이한준 전 병원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오며 병원 경영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현재 팬데믹이 끝나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환자 수와 병원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중앙대병원을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병원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2400명의 교직원이 존재합니다. 병원장으로서 약 2400명의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침체된 병원의 분위기를 변화시켜야겠다는 결심도 했죠. 그 과정에 많은 교직원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어떤 가치로 병원을 운영할 건지.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방대한 조직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관성 있는 업무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죠. 원칙과 관련해서는 인사 시스템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저는 모든 사람이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하더라도 같은 성과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마찬가지로 근무연한에 따라 승진하는 연공제 또한 반드시 타파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성과를 정량화해 교직원을 평가하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임금과 관련된 문제 또한 교수님들이 안정적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과 연결되는 지점인데요. 그렇기에 획기적인 임금 체계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병원이 변화한 점은.

  “저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명령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지시가 이뤄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중앙대병원의 운영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된 점은 예산 대비 수익률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병원 수익 구조에서 관건은 결국 신규 환자를 얼마나 유치해낼 수 있는지와 관련돼 있는데요. 병원장 취임 이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안은 제가 119 안전신고센터와 소방서에 직접 방문해 신규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코로나19 관련 문제 때문에 응급실 외부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중앙대병원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별도로 존재해 응급환자를 대기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 치료가 지연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앙대병원은 최대한 많은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응급실 인력의 증원 또한 함께 추진했습니다. 한가하던 응급실이 금세 북적거릴 것을 예상하고 응급의학과 의사를 비롯한 간호 인력 등을 추가로 보충한 것이죠. 그 결과 중앙대병원은 수많은 신규 환자를 유치해 낼 수 있었습니다.”

  -외래 진료 관행도 개선했다고.

  “언제부턴가 교수님들에게 부여되는 외래 진료 시수가 점차 감소한 것을 파악했습니다. 외래 진료 수가 줄어드는 것은 신규 환자의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어떤 교수님은 환자의 예약을 내년에 잡는 경우도 있었죠. 중앙대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적은 수의 외래 진료를 정해놓고 추가적인 환자를 받지 않는 교수들을 엄격히 관리하고 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에는 진료를 본 그날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했죠. 이를 통해 중앙대병원은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많은 수의 신규 환자를 유치하게 됐고 동시에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중앙대병원의 강점과 약점은.

  “중앙대병원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단연 ‘친절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에서 소위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라 불리는 병원들을 모두 제치고 중앙대병원이 당당히 1위에 등극했어요. 하지만 어느 병원이나 친절함을 중요시하는 것은 마찬가지죠. 중앙대병원의 다른 강점으로는 ‘빠른 대처’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현재 중앙대병원은 총 800여 개의 병상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2000~3000개의 병상을 운영 중인 빅5 병원에 비하면 적은 숫자죠.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긴급한 사안에 대한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것이죠.

  일례로 얼마 전 진행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의료진이 긴급 지원됐던 경우가 있는데요. 보건복지부 측에서 의사·간호사·행정직원을 포함한 의료진 지원을 부탁해왔고 이에 중앙대병원은 곧바로 소아청소년과·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을 비롯해 12명의 의료진을 지원했습니다. 비록 규모가 작은 중앙대병원이지만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죠.

  약점으로는 중앙대병원의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패배주의’를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패배주의라고 한다면 ‘우리는 노력해도 안 될 거야’와 같은 인식을 의미하는데요. 취임 초창기에 열렸던 보직자 회의에서 많은 교직원이 병원의 예상 수입 규모에 한계를 두더군요. 그러나 저는 그 목표가 소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치던 수입 한계를 제가 취임한 지 약 2개월 만에 넘어버렸죠. 이후에도 실적을 매달 갱신하며 중앙대병원이 설립된 이래 최다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교직원의 인식도 상당 부분 변화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교직원이 저에게 ‘무언가 더 할 것이 없을까요’라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패배주의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명병원과 협력할 방안 있나.

  “중앙대 광명병원(광명병원)과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상황입니다. 작년 3월 개원한 광명병원은 현재 운영을 시작한 지 1년 5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총 700개 정도의 병상 중 약 500개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원 초반인 만큼 중앙대병원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요. 상당수의 교수님이 두 병원을 오가며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함께 진료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광명병원이 안정을 찾으면 두 병원이 자연스럽게 환자를 교류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철희 광명병원장님의 경우 IT 계열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스마트병원’을 조성하기 위해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명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스마트병원을 이뤄낼 경우 중앙대병원 또한 그것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전망은.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획득해야 합니다. 다행히 중앙대병원은 이미 4주기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받은 상태죠. 중앙대병원 내에 저를 포함한 의료기관평가 인증 조사위원이 5분이나 존재해 자체적으로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위한 예비 점검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12월 말 예정돼 있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경우 6월까지 상급종합병원 기준과 관련된 평가를 받은 상황입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 항목 중 중앙대병원이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은 ‘중환자실 병상 확보율 10% 이상’과 ‘전문진료 질병군 비율 50% 이상’인데요. 두 항목 모두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정도에 도달했습니다. 중환자실 병상 확보율 같은 경우에는 응급실의 병상을 중환자실로 옮겨 70개의 중환자실 병상을 확보했고 중증질환 환자 비율 또한 50%를 넘겨 전문진료 질병군에서 만점을 받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200%로 제한돼 있는 용적률 때문에 몇몇 항목에서는 감점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현재 중앙대병원은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에서는 최대한 그 기준을 충족한 상태입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각 병원이 획득한 점수의 소수점 자리까지 고려해 결정될 만큼 치열하죠. 중앙대병원은 사활을 걸었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대 의대·적십자간호대와의 협력은.

  “중앙대병원은 중앙대 의대 학생들이 우수한 의사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해 해외 석학의 강의를 추진하기도 했고 수술 장면을 지켜보며 의사로서의 열의를 가지기도 했죠. 적십자간호대의 경우에는 교육전담간호사가 배치돼 학생들의 교육을 돕고 있는데요. 향후 적십자간호대의 교육과정과 병원 현장에 맞는 간호 실습 훈련이 원활하게 연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앙대병원·중앙대 구성원에 전하고 싶은 말은.

  “중앙대병원 구성원에게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취임사에서도 한번 이야기했던 내용인데요. 패배주의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하다 보면 좋은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좋은 성과를 거두게 해준 교직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중앙대 학생들에게는 신경외과 교수로서 중앙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꼭 받아보라는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청년도 건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중앙대 구성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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