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천체 관측 동아리 ‘코스모스’(서울캠 준동아리)를 만나봤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고요한 밤하늘의 반짝임을 만끽하는 이들로 구성된 동아리인데요. 광활한 밤하늘의 조그만 빛을 일상의 쉼표로 삼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정다연 기자 almostyeon@cauon.net

“수천억 개의 별이 있지만 각자 저마다의 빛을 내면서 반짝이고 있잖아요.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죠. 별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Searching for meaning /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 중 일부입니다.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힘쓰는 사람들을 별에 비유한 가사인데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고유의 빛을 발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죠. 각각의 별은 주변의 별들과 연결되며 비로소 별자리로 인식됩니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함에 있어 개인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겠죠. 여기, 하늘의 별을 함께 올려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공유하는 천체 관측 동아리 ‘코스모스’의 빛을 따라가 봤습니다.

  도시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매미 울음소리가 푸르른 하늘을 뒤덮은 8월의 중순. 청룡연못 앞 정차된 버스엔 두꺼운 옷을 품에 안은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8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충청북도 제천시(제천) 별새꽃돌과학관에서 진행된 정기 관측회에 참여하고자 30여 명의 동아리원이 방학 중에도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코스모스의 꽃이라고 불리는 활동인 만큼 동아리원들의 눈은 기대감에 가득 차 반짝였죠. 소란스러운 빛으로 뒤덮인 서울특별시(서울)를 뒤로하고 고요한 빛이 일렁이는 제천으로 떠날 생각에 기자도 덩달아 들떴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 3시간을 달려 별새꽃돌과학관에 도착했습니다. 기자는 동아리원 4명과 함께 같은 방에 배정돼 하루를 함께 하게 됐죠. 4명의 동아리원 모두 이번 정기 관측회에 처음 참가했는데요. 차현주 동아리원(간호학과 2)은 첫 정기 관측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죠. “몽골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요.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아 별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커 이번 정기 관측회에 참여하게 됐죠. 오늘은 꼭 쏟아지는 듯한 별을 관측하고 싶습니다.” 이희수 동아리원(심리학과 2)은 천체 관측을 위해 준비한 착장을 소개했습니다. “해가 지면 추울 수도 있으니 두꺼운 옷을 챙기라는 공지사항이 있었어요. 패딩을 챙겨오기엔 무거운 것 같아 두꺼운 겉옷을 챙겼죠.” 장서희 동아리원(심리학과 2)은 패딩을 챙겨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작년 정기 관측회에 참가했던 친구가 날씨가 추우니 두꺼운 옷을 꼭 챙기라고 하더라고요. 한여름에 부피가 큰 옷을 들고 지하철을 타니 사람들이 쳐다보는 듯 해서 민망했습니다.(웃음)” 패딩까지 챙긴 동아리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기자의 가방 속 얇은 후드집업이 초라하게 느껴졌는데요. 추위가 걱정되면서도 광활한 하늘에 반짝일 별을 관측할 생각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사진 신지윤 기자
사진 신지윤 기자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날은 페르세우스유성우가 밤하늘을 수놓았는데요. 본격적인 천체 관측 전 안익철 이론부장(공공인재학부 2)은 페르세우스유성우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유성우는 우주에 있는 먼지와 같은 것들이 지구 대기와 마찰할 때 유성이 비처럼 쏟아지는 현상을 뜻해요.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페르세우스유성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안익철 부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우주 문외한인 기자도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자연스럽게 유성우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죠.

  안익철 부장의 설명이 끝나고 별새꽃돌과학관의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과학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날은 천체 관측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는데요. 김준호 동아리원(기계공학부 4)은 날씨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4회째 정기 관측회에 참가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전 관측회 때보다 날씨가 좋지 않은 편이에요. 날씨가 더 좋은 날에는 별이 오늘보다 2배 정도 밝게 보이죠. 구름과 안개가 많이 꼈지만 다행히 과학관의 망원경이 크고 성능이 좋아 고리성운(형태가 고리로 보이는 은하계 내 성운)을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별을 관측하고자 과학관 내 별천지천문대로 이동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더 잘 관측하고자 천문대 내 소등이 이뤄졌는데요. 날씨가 좋지 않아 별이 덜 밝게 보인다는 말이 무색하게 하늘엔 별이 촘촘히 박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죠. 어두운 공간 속 기자는 간신히 손에 잡히는 동아리원을 붙잡아 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마침 기자의 손엔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베가’를 관측하던 김재윤 동아리원(시스템생명공학과 4)이 잡혔죠. “관측 전 설명회에서 들었는데요. 베가를 보석 같은 별이라고 칭하시더라고요. 망원경 렌즈에 눈을 대고 관측하니 정말 보석처럼 밝았죠. 보석이라고 표현하신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재윤 동아리원의 감상을 듣고 기자도 베가를 관측했는데요. 서울에서는 관측하기 힘든 별의 모습이 기자의 눈에 가득히 들어왔습니다. 육안으로 관찰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반짝임이었죠. 고리성운을 관측한 이하윤 동아리원(소프트웨어학부 4)은 성운을 본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전에 동아리방에서 진행한 동방 관측회도 참여했었는데요. 서울보다 별이 잘 보이는 지역이다 보니 고리성운 등을 관측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잘 보여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제천의 밤하늘은 복잡한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기자에게 선사했습니다.
 

사진제공 코스모스
사진제공 코스모스
동아리원들은 밤하늘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치켜올렸습니다. 평소 휴대전화나 책에 파묻힐 듯이 굽히기 일쑤였던 목덜미가 기분 좋게 아려왔습니다. 새까만 밤하늘 같은 동아리원들의 눈동자에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진제공 코스모스
동아리원들은 밤하늘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치켜올렸습니다. 평소 휴대전화나 책에 파묻힐 듯이 굽히기 일쑤였던 목덜미가 기분 좋게 아려왔습니다. 새까만 밤하늘 같은 동아리원들의 눈동자에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진 정다연 기자

  눈동자에 맺힌 별빛
  별새꽃돌과학관의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코스모스의 자체 관측이 시작됐습니다. 안익철 부장은 이번 자체 관측에 사용될 장비를 소개했죠. “적도의와 15인치 반사망원경을 사용합니다. 적도의는 한 개의 별을 중심으로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회전하는 망원경이에요. 그 천체의 일주운동을 추적해 장시간 관측할 수 있죠. 15인치 반사망원경은 아마추어 수준에서 꽤 잘 보이는 망원경입니다. 장착된 오목 거울이 굉장히 민감해요. 임원진이 초점을 잡으면 손을 대지 말고 렌즈를 통해 별을 관측하면 됩니다.”

  적도의와 15인치 반사망원경 옆엔 큰 매트리스가 펼쳐져 있었는데요. 동아리원들은 그 위에 삼삼오오 누워 떨어지는 페르세우스유성우를 관측했습니다. 기자도 잠시 취재를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죠.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유성이 기자의 눈에 간간이 포착됐습니다. 원활한 취재를 위해 하루 종일 곤두세우고 있던 신경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듯했죠. 유성 관찰에 집중하던 한지훈 동아리원(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3)은 유성을 관측한 후기를 말했습니다. “별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일부러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별을 보고 집에 귀가하곤 하는데요. 서울을 벗어나 많은 별을 관측할 수 있어 좋아요.” 한지훈 동아리원 옆에서 유성을 관측하던 전양혜 동아리원(중국어문학전공 3)도 별의 매력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자자리의 경우 처음에는 가장 밝은 별만 보이는데요. 계속 관측하다 보면 별자리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자의 형태가 보이죠. 그런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불규칙하게 위치한 별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가 되잖아요. 별자리를 찾는 재미가 있죠. 아무 생각 없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이어 떨어지는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고 얘기했죠.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던 동아리원들의 옆으로 밤하늘을 촬영하던 김성민 동아리원(사진전공 1)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성민 동아리원은 평소 별 사진을 즐겨 찍는다고 얘기했죠.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캐논 EOS 5D Mark Ⅲ’를 사용했죠. 다빈치캠에서 조금 더 나가면 밭이 펼쳐져 있는데요. 한 번씩 밭에 나가 별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별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좋은 장비로 관측하고 싶은 마음에 코스모스에 가입하게 됐어요.”
 

플레이아데스성단(위)과 안드로메다은하(아래). 천체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사진 수십 장을 겹쳐 쌓는 보정 과정을 거친 결과다. 사진제공 코스모스  

   별의 매력에 푹 빠진 동아리원들을 보니 기자도 덩달아 별에 매료됐습니다. 김성민 동아리원은 별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했죠. “별은 항상 하늘에 고정돼 있잖아요.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는 달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에 남아있는 별의 모습을 보며 감동받곤 하죠.” 적도의를 원격 제어하며 촬영에 집중하던 이재혁 동아리원(기계공학부 2)도 별의 매력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수천억 개의 별이 있지만 각자 저마다의 빛을 내면서 반짝이고 있잖아요.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죠. 별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같은 별을 관측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느끼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서 기자는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죠.
  
  고요히 하늘을 바라보던 중, 기자는 문득 동아리원들에게 정기 관측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다혜 동아리원(영어영문학과 3)은 코스모스 정기 관측회만의 매력을 이야기했는데요. “술을 마시며 즐기는 MT도 즐겁지만 이번 활동처럼 동아리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별을 관측하는 게 코스모스의 매력인 것 같아요.” 박신비 동아리원(영어영문학과 3)은 정기 관측회 활동을 ‘청춘’에 비유했습니다.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휴대전화를 잘 안 보게 되잖아요.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느낌이라서 좋습니다. 속세에서 벗어난 느낌이죠.” 이재혁 동아리원은 ‘정성’에 비유했습니다. “모든 일엔 정성이 필요하잖아요. 별을 관측하는 일은 더더욱 정성이 필요합니다. 관측에 필요한 장비를 빠뜨리지 않아야 하고 하늘도 도와야 하죠. 그렇기에 별을 관측하는 취미의 난점이기도 해요.”

  자체 관측은 동이 트는 다음날 오전 4시 40분까지 이어졌습니다. 밀려오는 졸음을 잊고 별에 몰두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에서 청춘을 느낄 수 있었죠. 김현석 동아리원(의학부 5)은 정기 관측회 소감을 밝혔습니다. “3일 뒤에 시험을 봐야 해서 이번 관측회 참여를 고민했는데요. 현실에서 벗어나 옥상에 누워 유성을 보며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참석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잖아요. 바쁜 일상 속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어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꿈만 같았던 코스모스의 정기 관측회가 끝나고 기자는 편집국에 남아 정신없이 기사를 쓰다 시계를 확인했습니다. 어느덧 오전 5시가 지나고 있었죠. 기자는 잠시 편집국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문득 서양화가 밥 로스의 명언이 떠올랐죠. “빛을 보기 위해서는 꼭 어둠을 거쳐야 합니다. 인생도 비슷해요. 가끔은 약간의 슬픔을 가져야 좋은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두운 하늘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가 방황할 때 어두운 도화지 속 묵묵히 빛나는 별은 우리 삶에 있어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인생을 살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기자는 코스모스에서의 경험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광활한 우주 속 지구라는 별에서, 중앙대라는 공간에서 인연이 닿은 이들과 공유한 소중한 시간의 점들이 기자의 마음속에 콕콕 박히겠죠. 그 점들이 기자의 고민에 해답을 제공해 주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도 잠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우연히 포착한 작은 별들이 여러분의 삶에 행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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