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 버스 기사는 "버스에 탑승하는 학생들을 보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사진 임은재 기자
하정훈 버스 기사는 "버스에 탑승하는 학생들을 보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사진 임은재 기자

동작01 버스는 짧은 노선이지만 대방역부터 노량진역·상도역·흑석역 등 알짜배기 정류장을 지나는 바쁜 버스이다. 10년간 동작01을 운행하며 수많은 중앙대 학생의 등하굣길을 함께한 하정훈 버스 기사를 만나봤다. 

  -언제부터 동작01을 운전했는지. 
  “2012년부터 동작01 버스 기사로 근무했습니다. 이전에는 화물 운송을 하며 장거리 운전을 계속했는데요. 화물차는 통행료 할인을 받기 위해 주로 밤에 운전합니다.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 일이다보니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는데요. 버스를 운행한 후 그런 문제점은 해결된 듯 하네요. 이제는 주로 오전에 근무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이죠.” 

  -하루가 단조롭지는 않나. 
  “매일 정해진 길을 기계적으로 운전하는 것이 단조롭다고 느낄 수도 있죠.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정해진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아요.” 

  -마을버스만의 매력이 있다면. 
  “시내버스보다 짧은 노선을 운전하기 때문에 마을버스 기사는 마을의 구성원이나 다름없습니다. 근무한지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웬만한 동네 사람은 다 알죠. 꼬마가 대학교에 진학한 이야기, 누가 결혼한 이야기까지 건너건너 다 들려요. 버스에 타는 아주머니들은 음료수나 과자를 건내곤 하죠. 탑승객들과 유대관계가 생긴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중앙대 구성원이 있나. 
  “중앙대에 시험을 보러온 여학생이 떠오릅니다. 시험이 끝나고 원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려 차비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모른 척 할 수 없어 차비를 빌려줬던 기억이 납니다. 제 전화번호도 적어갔는데요.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중앙대 구성원이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차비가 부족한 탑승객은 없었는지. 
  “카드 잔액이 부족하거나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려 당황하는 학생들을 자주 봤어요. 그럴 때는 외상도 되니까 다음에 내도 된다고 말하고 탑승시키는데요. 한 번 잔액이 부족해 미안해하던 학생이 다음날 정말 제 차를 기다리고 카드를 두 번 찍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900원 남짓한 돈이었지만 하늘을 나는 듯 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도 정직함이 남아있다고 느꼈죠.” 

  -탑승객에게 매일 인사를 건넨다고. 
  “버스를 운행하며 가장 즐거운 순간이에요. 학생들이나 동네 사람들을 볼 때 수고한다고 인사하면 서로 즐겁잖아요.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버스 기사가 탑승객에게 인사를 건네려 노력합니다. 기사들끼리도 운행하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는데요. 함께 격려하며 안전 운전하라는 의미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이제는 승용차를 운전하면서도 손을 흔드는 게 습관이 됐네요.” 

  -동작01 노선 중 산책할 만한 곳은. 
  “서달산 둘레길이 예쁩니다. 중앙대 뒤편에서부터 시작해 현충원까지 이어지는 길인데요. 꽃이 피는 봄과 낙엽 지는 가을마다 참 예뻐서 추천하고 싶어요. 한강 근처까지 걸어가면 보이는 정자도 멋있습니다. 노량진역에서 상도역으로 넘어가는 언덕의 벚꽃길은 환상적이죠. 봄에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정류장이 있나. 
  “상도역과 노량진역에서 젊은 학생들이 많이 탈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통 버스 기사는 손님이 많은 것을 좋아해요. 저도 사람이 없는 버스보다는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더 좋아하죠. 많은 사람이 탑승하고 또 내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버스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낍니다. 비대면 학사로 학생들이 없었던 코로나19 시기가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즐겁게 운행하고 있죠.” 

  -동작01에게 중앙대란. 
  “항상 고마운 존재죠. 중앙대와 협력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중앙대 학생이 동작01을 이용해 회사가 운영되기 때문이죠. 다만 중앙대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노약자석을 양보하고 만원 버스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등 질서 있는 버스를 만드는 데 동참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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