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있는 교양대학 만들기

선택교양도 충분히 ‘질’ 좋아 
‘양’ 위해 개설기준도 완화해

대학과 학생 간 소통 강화가 열쇠 
“분류기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각자 다른 전공을 배우며 대학에 다니더라도 모든 학생은 교양대학의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모든 재학생이 수강해야 하는 학문이 존재한다는 것은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대학 교육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교양 교육을 점검하기 위해 중앙대 교양대학에 관한 학생사회의 생각을 들어봤다. 

학내 구성원의 생각은 

  중대신문은 8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중앙대 학생 112명을 대상으로 ‘중앙대 교양대학 강의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교양 강의들이 충분히 다양한 분야들을 포괄하고 있는지에 관해 질문한 결과, 긍정적 답변(매우 그렇다·그렇다, 약 39.29%)이 부정적 답변(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다, 약 32.14%)보다 약 7.15%p 많았다. 부정적 답변을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 ‘예술대가 대부분 다빈치캠에 위치해 서울캠에서는 예술 관련 교양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체육 분야 실기 교양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홍용찬 학생(문헌정보학과 2)은 “현재 개설된 공통·핵심교양을 살펴보면 예체능과 관련된 과목이 부족하다”며 “특히 미술 분야 과목이 추가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구본완 서울캠 교양대학 교학지원팀 과장은 “연평균 10개의 교양 과목이 신설된다”고 밝혔다. 이경미 서울캠 교양대학 교학지원팀장은 이번 학기 새롭게 개설된 스포츠 실기 교양을 언급했다. 이경미 팀장은 “올해 2학기 선택교양에 <레저스포츠> 과목 분반으로 핀수영 강의를 신설했다”며 “학내에 수영장이 없어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수업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수강 인원이 가득 찼다”고 밝혔다.

  중앙대 교양대학의 전반적인 강의의 질에 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학생들은 약 51.79%로 부정적 답변(약 8.03%)보다 약 6배 이상 많았다. 긍정적 답변의 이유로 학생들은 주로 ‘교수자의 강의력’, ‘강의 내용’ 등을 꼽았고 ‘교수자 강의력 편차’ 요인은 부정적 답변의 이유가 됐다. A교수(교양대학)는 “강의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학기마다 학생들의 수준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며 “학기 중 강의 피드백 기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수업에 반영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선주 교수(교양대학)는 “강의의 질을 제고하는 데 있어 우수한 교원들의 개인적 역량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장한 교양대학장(심리학과 교수)은 “다빈치 클래스룸·다빈치 에듀 스튜디오와 같은 신형 강의실과 토론 수업이 가능한 강의실들을 매년 확보하고 있다”며 행정적 측면의 지원에 대해 부연했다.  

  중앙대는 개설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매 학기 말 수업 내용을 평가하는 강의평가를 진행 중이다. 강의평가의 결과는 교수업적평가에 반영되고 교수내용 및 수업방식 개선에 활용된다. ‘현재 시행 중인 강의평가가 강의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어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부정한 학생(약 41.07%)이 긍정한 학생(약 33.93%)보다 약 7.14%p 더 많았다. 이지훈 학생(문헌정보학과 1)은 “강의평가 이후 강의의 질이 개선됐다고 느껴본 적 없다”며 “강의평가 결과에 대한 교수자 피드백 체계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영 학생(정치국제학과 4) 또한 “교수님들이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하시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A교수는 강의평가 제도의 한계와 함께 교수-학생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A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며 “형식적으로 강의평가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동일한 교수를 다시 만날 확률이 낮은 교양 강의의 특성상 학생들의 평가가 단편적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교양대학의 강의가 전공과목보다 비전문적이라는 의견에는 대해 동의하는 답변(약 56.25%)이 부정하는 답변(약 22.33%)보다 약 33.92%p 많았다. 손혜숙 교수(한남대 탈메이지교양·융합대학)는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들은 전공이 지니는 전문성과 큰 연관이 없다”며 “전공과 교양을 구분해 전문성의 경중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자와 학습자의 인식을 변화시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택교양, 이제는 ‘선택’받아야 

  현행 교양교육체계 운영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에 대해 질문한 결과, ‘공통·핵심교양에 비해 소외된 선택교양(약 45.54%)’이 가장 높은 비율로 응답됐다. ‘다양하지 않은 교과목 개설(약 27.68%)’, ‘낮은 강의의 질(약 11.61%)’, ‘뚜렷하지 않은 전공과목과의 차별점(약 8.0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일 학생(교육학과 3)은 “선택교양을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학점을 이수하는 것 이외에 더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지훈 학생 또한 “졸업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공통·핵심교양에 비해 선택교양의 중요도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교양 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이상 선택교양이 다른 가치를 지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선택교양을 수강한 경험이 있는 학생 76명을 대상으로 선택교양을 수강한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원래 수강하려던 과목을 담지 못해서’가 약 46.05%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원하는 주제의 강의가 있어서’(약 35.53%), ‘공통·핵심교양에 비해 부담이 적어서’(약 10.53%)가 뒤를 이었다. 이장한 학장은 “졸업 요건에 포함돼 있는 공통·핵심교양과 달리 선택교양은 오로지 학생들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수강 여부가 결정된다”며 “시의성 있는 선택교양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변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중앙대 교양대학이 선택교양 관련 개설 기준을 완화해 더 다채로운 강의를 유동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혜숙 교수는 “과목 개발에 관한 학생들의 수요가 존재할 경우 교수자는 관련 정보를 수집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과목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교육부·대학 차원의 지원 또한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과목 개발을 위한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분류 기준 관한 공감대 형성해야 

  대학본부에서 결정한 교양교육과정의 분류 기준에 대해 여러 대학사회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중앙대 교양대학의 교양교육체계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긍정적 답변(약 45.54%)은 부정적 답변(약 32.14%)보다 약 13.4%p 많았다. 이 중 부정적 답변을 한 학생들은 ‘선택교양임에도 불구하고 강의 내용이 핵심교양에 버금가는 경우가 많다’, ‘핵심교양과 선택교양의 분류 기준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현 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핵심교양과 선택교양의 구분 기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학생사회에서 핵심·선택교양을 구분하는 취지와 효용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둘을 통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장한 학장은 “핵심교양과 선택교양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학생 수요와 관련돼 있다”며 “핵심교양은 양캠 모두 개설돼야 하기에 학생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의 수요가 많을 경우 심의를 거쳐 선택교양이 핵심교양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도전·창의·융합·신뢰·소통의 다섯 가지 분류를 통해 다양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냐는 질문에 동의한 학생의 비율은 약 50%로 부정적으로 응답한 학생(약 21.43%)보다 약 28.57%p 많았다. 성유정 학생(일본어문학전공 2)은 “핵심교양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수업도 들어야 한다”면서도 “교양 강의의 구분을 통해 여러 역량을 키울 수 있어 융합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다섯 가지 역량 분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분류 방식을 모르겠다’, ‘소통 역량을 제외하면 다른 역량들의 강의 구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등이 그 이유였다. 이경미 팀장은 “현행 교양교육체계는 2015년 ACE 사업(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과 연계해 개발한 것”이라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반영해 체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강의의 역량별 분류는 과목 담당 교강사와 교양대학 주임 교수 간의 합의로 결정된다”며 “이후 교양과정운영위원회와 교양과정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역량에 부합하는지 한번 더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사회 구성원들은 교양 강의의 존재 목적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성유정 학생은 “교양 강의의 존재 이유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이라며 “대학에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창구”라 정리했다. 조성호 학생(영어영문학과 1)은 “교양 교육의 의의는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탐색”이라며 “공통교양을 수강하는 과정에서 특히 이 의의를 느꼈다”고 답했다. 이지훈 학생 또한 “교양 과목 수강을 통해 다양한 전공 지식을 체험하는 과정이 다전공 선택에 도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성미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장은 “학생들로 하여금 종합적 사고력·비판적 사고력·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보편적 지식을 고루 습득해 지식융합형 인재가 되도록 교육하는 데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박준웅 한국교양교육학회 위원 또한 “한국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전공에만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과의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상이 아니라 전 세계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장한 학장은 “교양 교육의 목적은 사고력·창의력·비판력 신장에 있다”며 “중앙대 교양대학은 현시대의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강구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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