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연쇄적 GPA 환산식 개정 
타대 개정하자 “본교생 불리하다” 
 
출신 대학이 정하는 로스쿨 당락 
근소한 차이도 합불에 큰 영향

중앙대 마지막 개정은 2009년 
“중앙대 학생 불이익 받지 않도록” 
 
GPA 환산식 개정, 본질 해결 못해 
“로스쿨 자체환산표 마련도 방법”

대학사회 전반에 평균평점 백분위 환산점수(이하 GPA 환산 점수) 환산식을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GPA 환산 점수는 상이한 학점 기준에 의해 평점체계가 다른 대학 출신의 학생들을 평가하는 지표로 이용되며 특히 전문대학원 입시와 취업 준비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학교별로 GPA 환산식이 판이해 GPA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사회의 뜨거운 감자, GPA 환산식  
  2021년 4월 서울시립대를 시작으로 전국 4년제 대학들이 GPA 환산식 개정에 나섰다. ▲2022년 6월 GIST ▲2022년 10월 연세대 ▲2023년 3월 고려대 ▲2023년 6월 성균관대 ▲2023년 7월 한양대 등이 연쇄적으로 GPA 환산식 개정안을 발표했다. 

   GPA 환산식 개정의 주요 원인으로는 타대의 개정에 따른 학생사회의 요구가 꼽혔다. 고려대 GPA 환산식 개정의 배경에 대해 신영수 고려대 학사팀 과장은 “학생사회에서 주요 경쟁대학의 GPA 환산식 개정에 따른 상대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학생회(총학)에서 의제가 제기돼 대학본부 담당자와 총학 간의 논의를 거친 후 GPA 환산식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이후 총장-총학생회장단 회의에서 개정추진이 결정됨에 따라 교무위원회를 통해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해당 과정을 통해 GPA 환산식을 기존 ‘60+{(평점평균-1)*40/3.5}’에서 ‘55+{(평점평균)*10}’으로 변경했다. A0 평점은 기존 94.29점으로 환산됐지만 개정 이후 95점으로 0.71점 높게 환산됐다. 

 제55대 성균관대 총학 SKKUP 또한 타대 사례를 참고하고 학생 여론을 수렴해 GPA 환산식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 추진 배경에 대해 SKKUP은 성균관대 학생들이 경쟁 대학에 비해 불리한 GPA 환산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SKKUP은 교무처와 학생처에 개정 요청 입장을 전달하고 공문을 발송함으로써 GPA 환산식 개정을 공식 요청했다. 성균관대는 개정을 통해 기존 ‘60+{(평점평균-1)*40/3.5}’에서 ‘55+{(평점평균)*10}’으로 변경했으며 2023년 7월 13일 이후부터 개정된 환산식이 적용되었다. 개정 환산식은 재학생과 전체 졸업생에 소급 적용됐다. 

  0.1점, 로스쿨 준비생들에겐 걸림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는 GPA 환산 점수가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다. 그러나 다수의 타대는 로스쿨 입시에 학부 성적 반영 시 전적대학의 환산식을 사용한다. 한양대 로스쿨은 학부 성적 반영 시 전적대학의 GPA 환산식을 이용한다. GPA 환산 점수가 60점 이상일 경우 반영 점수 환산식은 ‘6+(GPA-60)*0.35’이고, 60점 미만일 경우 반영 점수는 6점으로 통일된다.  경희대 A0 평점 학생의 GPA 환산 점수는 97.7이고, 중앙대 A0 평점 학생의 GPA 환산 점수는 94.29이다. 경희대생과 중앙대생이 한양대 로스쿨에 지원할 경우 학부 성적 반영 점수는 각각 약19.2점, 약18점으로 중앙대생이 약 1.2점 낮다. 

  로스쿨 입시에서 전적대의 환산식을 통해 도출된 GPA 환산 점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GPA 환산식 개정은 로스쿨 준비생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A학생(글로벌금융전공 4)은 “학생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가 학점”이라며 “로스쿨 지원 과정에서 중앙대의 GPA 환산식 때문에 타대생 대비 학점이 낮게 측정된다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건국대 로스쿨은 GPA 구간별 급감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0.1점의 근소한 차이가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스쿨 입학 심사 시 GPA 실질반영률은 건국대는 31.47%, 한양대 25.0%, 성균관대 35.3%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타대는 개정하는데, 중앙대는? 
  「2-2 학사 운영 규정Ⅰ」 제40조에 따르면 현재 중앙대가 사용하고 있는 GPA 환산식은 ‘60+{(평점평균-1)×40/3.5}’이다. A0 평점의 경우 중앙대의 현행 환산식에 따르면 94.29점이 도출된다. 반면 서울대, 경희대에서는 A0 평점이 각각 97점과 97.7점으로 환산된다. 최근 GPA 환산식 개정을 마친 타대에 비해 중앙대의 GPA 환산 점수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일부 학생들은 중앙대의 현행 GPA 환산식에 우려를 표했다. 이창민 학생(공공인재학부 4)은 “같은 4.5학점 제도를 채택하는 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 보다 중앙대의 GPA 환산 점수가 눈에 띄게 낮다”며 “같은 평점이더라도 출신 학교의 GPA 환산식에 따라 이득·손해를 보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최현수 학생(경제학부 2)은 “GPA 환산 문제와 관련해 타대에 비해 중앙대 학생들이 불리할 위험이 있다”며 “중앙대의 입장에서도 학생들의 사회진출이 학교의 위상과 직결되기에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중앙대 GPA 환산식의 마지막 개정은 2009년 12월 21일 이뤄졌다. 최미경 학사팀 차장은 “개정이 진행된 배경에 지금과 같은 GPA 환산식으로 인한 유불리 발생에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2009년 개정 이전 중앙대가 사용하던 환산식은 ‘52+{(평점평균)*10}’이다. 해당 환산식을 통해 평점평균 만점인 4.5점을 해당 환산식을 통해 환산하면 97점으로 100점이 채 되지 않는다. 중앙대 학생이 평점평균을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도 환산점수 100점이 최대인 타대생에 비해 3점이 부족했던 것이다.  

  학사팀은 현재 환산식 개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현행 GPA 환산식에 대해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미경 차장은 “일부 대학이 환산점수가 높게 나오는 방식으로 GPA 환산식을 개정하였거나 개정할 예정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타대 사례 등을 참고하여 중앙대 학생들의 불이익을 방지할 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GPA 환산식 개정, 이대로 괜찮은가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 이뤄진 GPA 환산식의 연쇄적인 개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영수 과장은 “교육부와 주요 대학 실무자들도 GPA 개정이 연쇄적인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상한다”며 “GPA 개정이 본교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대학과 정부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GPA 환산식 개정은 여타 대학들이 쉬이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근시안적 대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대의 환산식 개정 이후 타대의 개정으로 재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경우도 있었다. GIST는 2022년 6월부터 기존의 불리한 환산식을 고려대와 같게 개정하였다. 하지만 이후 경희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가 환산식을 개정하며 환산식 재개정에 대한 청원 글이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 게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환산식 개정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율 교수(사회학과)는 “교육부 차원에서 각 대학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취업과 대학원 등에 제출되는 GPA 지표를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율 교수는 “학교마다 교육 시스템과 교육 철학 등이 상이하여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교육부 주도의 일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에 의해 GPA 환산식을 통일하는 데에 부정적인 견해 또한 존재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에 의해 성적 관리는 학교장의 권한인 학칙에 해당하므로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신영수 과장은 “GPA 환산식을 전국의 대학에게 일률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학과별로 성적 등급 비율이나 학점체계, 교육 철학 등이 판이하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환산식이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잣대로 통일시키는 것이 대학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일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전했다. 

  로스쿨이 자체적으로 성적을 환산해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영수 과장은 “로스쿨 단위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라며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대학이 연속적으로 GPA 환산 점수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자체적 환산기준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창민 학생은 “출신 학교가 다르더라도 동일한 산출 기준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로스쿨의 자체 환산 기준 마련에 동의했다. 

  중앙대 로스쿨도 지원자의 학부성적 환산 시 전적대학에서 제공하는 GPA 환산식 대신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성적 환산표를 사용하고 있다. 총 2단계로 이뤄지는 입학 심사 중 1단계 심사에서 환산점수는 총점 65점 중 15점으로 환산되어 반영된다. 중앙대 로스쿨 서건교 팀장은 “지원자가 제출한 성적증명서에 있는 평점평균을 구간별로 구분해 점수 매기고 있다”며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을 위하여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GPA 환산식 개정을 둘러싼 해법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가운데, 교육부는 24일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방법 개선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 GPA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25개 법학전문대학원장·부원장, 법전원협의회 및 교육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해당 간담회에선 개별 로스쿨 입학전형에서의 학부성적 활용 방식을 공유하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개선 방안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학마다 다른 GPA 환산식에 의해 생기는 불공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학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하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개정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