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자 미화원은 "천막 농성 이후 휴게 공간·시간과 임금 등이 보장되어 보람찼다"고 전했다.
윤화자 미화원은 "천막 농성 이후 휴게 공간·시간과 임금 등이 보장되어 보람찼다"고 전했다. 사진 최예나 기자

2013년 12월, 중앙대는 “노동인권 확보투쟁”을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파업에 돌입한 청소노동자는 총장실에 대자보를 붙이고 학생과 교수는 대학본부의 청소노동자 고발 건 취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 뜨겁게 달궈진 중앙대의 중심에 있었던 윤화자 미화원을 만났다.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107관(학생회관)의 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8년 5월 1일 중앙대 미화원으로 입사했으니 15년째 중앙대에 근무 중이네요.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중앙대분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2013년 9월에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노조를 설립한 계기는. 
  “근무를 시작할 당시, 미화원의 노동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어요. 경비원과 미화원이 같은 휴게실을 사용했고 휴가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죠.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녁 5시에 퇴근하는 강도 높은 노동이 이어졌습니다. 미화원이 외곽 청소까지 담당했기에 화초를 관리해야 했고요. 특히 겨울에 눈이 오면 미화원들이 제설 작업까지 수행했는데요. 그럼에도 당시 월급은 70만 원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서경지부를 통해 노조를 알게 됐고 암암리에 사람을 모아 중앙대분회를 설립했어요. 처음에는 10명 남짓으로 시작했던 노조가 지금은 100명이 넘는 거대한 규모의 단체가 됐네요.”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던데.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중앙대 환경미화노조원이 모여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어요. 약 일주일간 총장실을 점거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누군가 50인용 밥솥을 가져와서 총장실을 점거한 노조원끼리 한마음으로 밥을 지어 먹기도 했죠. 홍어탕, 조기, 청국장 등 온갖 냄새나는 음식은 다 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천막 농성을 진행하며 많이 울기도 하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아 남편을 걱정시키기도 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노동 환경이 많이 개선돼서 가장 보람찬 경험이기도 합니다.” 

  -중앙대 학생들도 함께했는지. 
  “노조 설립부터 파업과 그 이후까지 많은 학생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사회학과 학생들이 학년 구분 없이 많이 도와줬어요. 노조원이 투쟁하는 장면을 영화로 찍어 205관(구 학생회관)에서 상영회를 했던 학생도 있었죠. 몇몇 학생은 지금까지도 이름이 기억나네요. 또 동문회부터 중앙대 출신 언론인까지 함께 목소리를 내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올해 농성 1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당시 함께했던 학생들과 노조원을 모아 9월에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료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천막 농성 철수 이후 305관(교수연구동 및 체육관)의 지하 휴게실을 제공받았어요. 그곳에서 약 5년간 매주 금요일마다 조합원에게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미화원으로 근무하기 전 식당 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 매주 메뉴를 바꿔 진행했어요. 육개장부터 김치찌개, 삼계탕까지 다양한 메뉴로 방호원과 미화원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었는데 코로나19로 활동이 중단됐습니다. 매주 반찬과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고된 일이었지만 조합에 대한 애정으로 이뤄낸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으로 남아있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어떤 계절의 중앙대를 좋아하는지. 
  “가을의 중앙대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회관에서 중앙 마루의 단풍 지는 가로수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더불어 과거 구 학생회관이 있었던 곳 뒤에 위치한 언덕을 종종 산책하곤 합니다. 잠시 여유가 생기는 점심시간엔 곧잘 언덕에 올라 단풍이 진 모습을 구경하고 오기도 했죠.” 

  -중앙대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저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퇴직하는 날까지 분회장으로서 맡은 바를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직 비정규직과 정규직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힘쓰려 해요. 오랜 직장인 중앙대를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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