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기개로 이름을 떨친 줄루인, 그러나 그들의 전통에는 고전적인 낭만과 흥이 스며들어 있다. 고전의 멋이 묻어나는 것만 같은 줄루인의 문화는 현대에도 묘한 이끌림을 선사한다. 21세기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신비로움과 낭만이 도사리는 줄루인의 유산을 들여다봤다. 

  점술의 신비가 삶을 만나면 
  점술은 오랜 시간 동안 줄루인에게 삶의 이정표가 돼주었다. 예로부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사냥과 전쟁과 같은 사회적 중대사를 앞두고 점을 봐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했다. 점술 의뢰 사유는 개인의 건강 문제부터 결혼에 대한 고민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점술 뼈가 점술에서 효력을 지니려면 일련의 의례 행위를 거쳐야 한다. 점술가는 조상 혼령이 좋아하는 약초를 넣고 끓인 물에 점술 뼈를 넣어 삶아낸 후 그 물을 마신다. 해당 절차로 신령이 깃든 점술 뼈들은 점판에 던져진다. 장용규 교수(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는 점술 뼈는 영(靈)의 영역과 현실의 매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점술가들은 점술의 비가시적인 영의 세계를 가시적 도구인 뼈를 통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의뢰인과 점술가는 점판에 펼쳐진 뼈의 모양을 읽으며 초자연적 세계를 이해하죠.” 

  던져진 뼈는 중심 뼈, 보호 뼈, 악한 뼈 그리고 보조 뼈로 나뉘어 각각 주술 대상자의 상태, 그의 보호자, 마녀와 하수인과 같은 악한 존재, 열거한 뼈들의 관계 등을 상징한다. 각 뼈의 의미는 던져진 뼈의 면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줄루인은 이러한 점술의 결과를 무조건 신봉하지는 않는다. 신비스러운 점술의 결과를 수용하는 정도는 온전히 의뢰인의 선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줄루의 멜로디에는 
  줄루인의 노래는 그들의 용맹한 기개와 여유로운 서정을 여실히 담아낸다. 줄루인의 음악 ‘이시카타미야’는 선창과 후창으로 이뤄지며 남성 다중화음으로 노래하는 합창 장르다. 여럿이 부르는 노래인 만큼 이시카타미야는 줄루 왕국 시기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여러 전투에서 불리곤 했다. 

  실제로 디즈니사 <라이온 킹>의 OST <The Lion Sleeps Tonight>의 모티프가 된 장르가 바로 이시카타미야다. 안시현 교수(예원예대 실용음악전공)는 이시카타미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음악은 독창적인 리듬의 드럼 연주가 돋보이지만 이시카타미야는 화음 중심 보컬에 초점을 맞추죠. 특히 베이스 중심의 풍성한 화음이 노래의 조화를 이룹니다. 노래 가사를 표현하는 안무 또한 해당 음악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죠.” 

사진출처 월트디즈니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월트디즈니 공식 홈페이지

  말 대신 전하는 사랑의 고요한 표현 
  21세기에도 여전히 줄루인은 전통 방식으로 사랑을 전한다. 그들은 전통 구슬 장신구를 한 인형인 ‘러브레터 인형’을 만들어 구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러한 구슬 장식은 여성이 남성에게 보내는 것으로 구슬의 색과 배열 및 형태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파란색은 충실한 사랑을, 노란색과 빨간색, 검은색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랑하는 관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의미한다. 

  구슬 장식의 형태에 차이를 두어 자신의 결혼 여부를 표현하기도 했다. 역삼각형 모양의 장식은 미혼 여성을, 다이아몬드형은 기혼 여성을 의미한다. 줄루인 여성은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구슬 장신구를 연인 혹은 남편에게 선물하곤 했다. 줄루인의 고유한 구슬 장식은 전통의 의미뿐만 아니라 이성에게 사랑을 전하는 매개로서 정서와 교감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담고 있다. 

  줄루인의 문화는 그들의 기개가 내뿜는 용맹함과는 또 다른 고전적 결을 지닌다. 대중성과 독창성을 아우르는 매력을 지닌 줄루인의 문화는 그 고유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